▲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총격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부하들이 군사법정에 섰다.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총격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부하들이 군사법정에 섰다.
보도사진연감
다시 공판 현장으로 돌아간다. 재판장은 판결 주문을 말하기 전에 피고인들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주장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1) 증거법칙에 위배한 점
2) 내란죄의 범죄불성립
3) 심리미진의 점
4) 저항권과 본 건 행위의 특징
5) 긴급피난의 점
6) 변호인 입회 없는 심리의 무효
7) 공판절차상의 위법
8) 독립재판권의 침해
9) 양형부당
재판장은 '상고이유'는 각 피고인마다 대법원 판사들의 의견일치가 되지는 않았으나 모두 상고이유가 없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라 말하고, 한참 뜸을 들였다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라고 선고했다. 「상고이유서」는 철저히 배척되었다. 이로써 김재규는 사형수가 되었다. '기각'이란 한마디는 법률용어로 포장되었지만, 실제는 '생명을 빼앗는' 사형선고였다.
4ㆍ19혁명 후 들어선 민주당 정부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붕괴시키고 18년 6개월 10일간 계엄령 4번, 위수령 2번, 비상조치 1번, 긴급조치 9번을 선포하면서 1인 통치를 자행한 독재자를 처단한 김재규는 끝내 사형수의 신세가 되었다.
김재규와 동시대의 프랑스 시인 장 주네(1910~1986)는 「사형수」라는 명작을 남겼다. 첫 구절이다.
사 형 수
감옥 안뜰 포석 위로 내 마음을 모는 바람
나뭇가지 걸리인 채 흐느끼며 우는 천사
대리석에 칭칭 감긴 하늘 나라 둥근 기둥
나의 밤에 찾아와서 구원의 문 열어주네.
죽어가는 가여운 세 다 타버린 재의 향취
담장 위에 잠든 듯한 눈망울에 담긴 추억
하늘 나라 위협하는 고통스런 그 주먹손
나의 손에 찾아와서 그대 얼굴 내려주네.
가면보다 가비얍고 탈보다도 강한 얼굴
장물아비 손보다도 나의 손에 더 무거운
그 얼굴에 지닌 보석 온통 눈물 범벅되어
어둡고도 강렬하게 청 꽃다발 투구 썼네.
그리스 목동인 양 엄한 표정 그대 얼굴
굳게 닫힌 내 손 안에 전율하는 그대 얼굴
주검 같은 그대 입술, 장미 같은 그대의 눈
천사장의 콧날인 양 뾰족 부리 그대의 코. (오세곤 옮김)
10ㆍ26거사에서 207일, 2심선고 후 113일 만에 열린 상고심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