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이희훈
-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지역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하지만 8월 말까지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효과 아닌가?
"당연하다.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재난 시에 일회적으로 지급하는 소득 같은 것이다. 마치 감기약과 같다. 일시적이지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나 현장에서나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한 두 달 효과가 있을 것이고, 필요하면 또 하면 된다. 과거 일본에서 현금 뿌렸더니, 아무 효과가 없었다. 현금을 주면 최대한 아껴서 저축해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난기본소득은 3개월 안에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줬다. 동네에서 안 쓸 수 없다. 이 효과는 경제학 교과서가 일반적으로 예측하는 재정지출 효과의 몇 배가 될 것이다. 이번 소멸성 지역화폐 지급은 세계 경제사에 남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저는 5년 전에 성남시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경기 진작 효과가 클 것이라고 사람들은 상상을 못했다."
- 재난지원금으로 국민이 일시적으로나마 기본소득을 체험하게 됐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나.
"이전에는 투자할 돈은 부족한데 투자할 곳은 엄청 많고, 돈을 몰아주면 수요와 노동이 생기고, 그게 다시 공급을 촉진하는 경제 성장기였다. 지금은 반대로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한 시대, 뭘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는 시대, 투자할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곳이 없는 시대다. 그동안 세금 걷어서 맨날 기업에만 퍼주지 않았나. 이제는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특정 기업들이 과도하게 얻는 초과이익 중에 일부를 떼어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주자.' 이재명이 한 얘기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이 사람들이 한 얘기다. 자기들이 생산은 얼마든지 하겠는데,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서 생산해도 수요가 없는 사회가 오기 때문이다. 일자리 없는 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줘서 소비를 유지해야 본인들의 생산, 경제활동이 가능하다고 본 거다."
- '가난한 사람에게 줘야지, 왜 부자한테도 주느냐'는 반론이 있다.
"가난한 사람만 주면 부자가 미쳤다고 세금을 내겠나? 조세 저항이 생긴다. 이건 불쌍한 사람을 돕는 정책이 아니다. 그건 복지정책으로 하고, 새로운 재원을 만들어서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놔야 한다. 세금을 낼 부자도 만족하는 기본소득밖에 방법이 없다."
"노동은 생산 수단 아닌 자기실현의 수단이어야"
- 기본소득을 주면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노동에 대한 생각도 바꿔야 한다. 생산이 부족하던 시대에 노동은 생산을 위해 꼭 필요했고, 높은 수익을 보장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산 과잉 시대다. 인간의 노동보다는 기술과 로봇,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사람들에게 과거의 전통적인 노동을 요구하면 안 된다. 생산의 수단으로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자기실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매달 수백만 원씩 줄 수 없다. 기껏해야 한 달 최대 목표가 50만 원이다. 이 돈 받고 일 안 할 건가? 그런데 한 달에 50만 원을 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과거에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무조건 200만 원은 넘는 일을 해야 했다. 그런데 50만 원을 고정적으로 받으면 150만 원만 받아도 되는 일자리가 생긴다.
보수는 낮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은 일자리가 있다. 인간은 그런 일을 원한다. '나는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평생 시골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잘 살고 싶다', '평생 사회봉사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못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일정 정도 주면, 적은 보수를 받고도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생겨서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현재 세금 체계에서는 국민의 2%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서 월 52만 원씩(1인 가구 기준) 준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서 모두에게 52만 원을 준 다음에 2%를 뺀 나머지 98%한테 (세금으로) 도로 받는 거다. 왜 그런 똑같은 미친 짓을 하느냐고? 엄청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인당 50만 원을 주면 애 둘 키우는 가장은 200만 원을 받는다. 그럼 300만 원을 벌기 위한 일자리 찾으려고 치열한 고용 노동시장에 들어가서 실업자 신세가 될 필요가 없다. 100만 원만 벌고, 온 가족이 행복하게 시골 가서 마음껏 즐기며 살 수 있다.
10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자리는 많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사람이 300만 원을 벌어야 하는데, 세 사람이 쪼개서 (100만 원씩) 벌 수도 있는 거다. 4시간씩만 일하자. 그러면 8시간 일하는 사람의 일자리를 두 명이 만들 수 있다. 대신 보수는 절반이지만, 기업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그런데 일자리는 두 배로 늘어난다. 이건 정말 혁명적인 조치다. 일단은 이렇게 발상만 바꾸어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전혀 다른 길로 갈 수 있다.
두 번째, 이것도 한꺼번에 할 필요가 없다. 올해 한 번 했다. 경기도에서 재난기본소득으로 준 게 20만 원쯤, 정부에서 준 게 18만 원쯤 된다. 이걸 한 번 했는데 이렇게 효과가 크다. 이걸 두 번, 세 번, 조금씩 늘려가는 거다. 20년 장기 목표로 1인당 매월 50만 원씩 하자.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그만큼 더 내면 된다.
국민 전체를 기준으로 그렇게 하자는 거다. 부의 재분배가 가능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고통스럽지 않고, 노동은 생존수단이 아니라 자기 실현수단이 되는 거다. 인류의 새로운 질 높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이게 왜 가능하냐면 지금은 기술 혁명과 디지털 경제로 인간이 원하는 것은 기계와 인공지능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