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재판박정희 대통령 ‘시해’ 혐의로 재판정에 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혹자는 김재규가 박정희를 쏜 후 ‘육본’이 아닌 ‘남산’ 중앙정보부로 갔으면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2020년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했다. 김재규와 그의 부하들 이야기는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그때 그 사람들>(한석규와 백윤식 주연)이라는 영화로 제작해서 개봉한 바 있다.
국가기록원
그가 건의했으나 유신 체제를 바꿀 수 없었고, 긴급조치가 유신 체제의 방어수단이었으므로 대통령은 전혀 해제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재규가 한마디 덧붙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자유민주주의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 한 사람뿐이라는 말이었다.
"피고인은 중앙정보부장으로 근무 중 긴급조치 사범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충이 있었다는데 사실인가요?"
"이율배반이었습니다. 한쪽으로는 시행 안 할 수 없었고, 시행하자니 정당한 일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900여 명의 학생들이 긴급조치 위반으로 제적되었고, 날이 갈수록 그 수는 늘어났으며, 이런 모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결국은 중앙정보부장이란 중책을 가진 사람이 이런 혁명을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제 심정을 정당히 평가해주십시오."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요?"
"지금 영어(囹圄)의 치욕보다 빨리 죽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명색이 중앙정보부장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한 혁명을 했는데, 죽는다면 앞으로 계엄이 해제될 때 틀림없이 데모가 일어나고, 제 죽음이 그 데모의 이슈가 되어 사회가 혼란해지고, 그러면 북괴는 위장평화 공세로 나올 것입니다. 미국도 대통령 선거 전에 정책 발표가 있을 것인데, 한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멀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저는 재판을 받고 있으나 재판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않으며 심판을 받는다면 국민의 심판 대상일 뿐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의 재판은 정치적인 면이 큽니다. 내가 죽고 나라가 잘된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라가 잘되어야만 10ㆍ26 혁명이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것인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해놓고도 제가 나라를 망하게 만들어놓았다고 한다면 땅속에서도 눈을 감을 수 없겠습니다." (주석 6)
주석
6> 안동일, 앞의 책, 350~353쪽.(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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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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