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마친 후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에 합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낮 12시 1분부터 오후 2시까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대화를 나눴다. 오찬대화에서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재정건전성, 한일 위안부 합의, 탈원전,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 리쇼어링(해외광장의 국내복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오찬대화가 끝난 뒤에는 40분 정도 청와대 경내 산책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걸어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보물 제1977호인 석조여래좌상에 이르렀을 때다. 문 대통령이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불상 앞에 있는 시주함을 가리키면서 '농반진반'으로 "여기다 넣으면 복받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뒤에 "김 대표는 종교가 뭡니까?"라고 물었고, 김 원내대표는 "기독교인데요"라고 답했다.
기독교 신자에게 불상 시주를 권유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된 순간에 독실한 불교신자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양복 상의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대통령님 것과 김태년 대표님 것까지 같이 준비해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봉투를 시주함에 넣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복 받으시겠습니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현재 주 원내대표는 국회 불자 모임인 정각회 명예회장이다.
"불상 앞 함께 예 올리는 장면... 협치·통합 다짐하는 장면일지 평가해달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전날 회동에서 있었던 상징적 장면 한 가지"라며 이 일화를 소개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도 가톨릭 신자이지만 김정숙 여사와 함께 주말에 불상을 찾아 시주를 하곤 한다"라며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의 시주가 끝난 이후)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합장한 채로 불상 앞에 서서 세 번 예를 올렸다"라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독교 신자이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불자다"라며 "이렇게 세 분이 함께 예를 올리는 장면이 협치, 통합을 다짐하는 장면일지 아닐지는 기자들이 한번 평가해 달라"라고 말했다.
특히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한 산책에서 문 대통령은 석조여래불상의 유래를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지난 1912년 경주로 시찰을 나갔다가 석조여래불상을 발견하고 수차례 감탄사를 연발했다. 당시 언론에서 '미남 석불'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불상의 모습이 수려했던 것이다.
데라우치 총독이 불상에 감탄하자 경주에 사는 일본인 유지는 불상을 총독에게 진상했고, 총독은 다음해(1913년) 서울 남산에 있던 총독 관저로 불상을 옮겼다. 이렇게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서 서울 남산으로 자리를 옮긴 불상은 또 한번 이동한다. 총독 관저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옮겨지면서 불상도 다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총독 관저를 대통령 관저('경무대')로 사용했고, 그가 하야한 뒤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보선 전 대통령은 '경무대'를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었다.
석조여래불상은 이런 사연을 거쳐 지금의 청와대 안에 있게 됐다. 다만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1989년 대통령 관저를 신축하면서 청와대에서 가장 높은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문 대통령은 "이 석불좌상에 반한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되돌아갈 때 이 석불을 가져가려 했다"라며 "하마터면 이 소중한 보물을 일제에게 빼앗길 뻔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동아일보>가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일본에 가져가려 한다는 비판 기사를 쓰고 조선 불교계와 문화계에서 들고 일어나서 결국 보물을 지켜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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