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0.5.24
연합뉴스
20여 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검은 펜을 들고 문서에 서명을 했다. 고개를 내밀고 김 위원장의 서명을 바라보는 인사가 있다. 주위 사람보다 한 걸음 김 위원장에 다가선 모습이다.
북한에서 최고 권력자와의 물리적·신체적 거리는 곧 그의 권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승진인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다른 네 명 보다 한 발 가까이 김 위원장 곁에 설 수 있었던 인물, 박정천이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등은 24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눈에 띄는 건 인사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군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가 됐다.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무력성 등 현직 군 수뇌부 중 유일한 군 차수 승진이다. 차수는 한국군에는 없는 대장 위 계급에 해당하는 자리다.
이날, 차수로 전격 승진하며 김 위원장의 근거리에 있을 수 있었던 박정천은 어떤 인물일까.
"김정은 눈에 띄었고, 김정은이 발탁한 인물"
박정천 차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군 관련 인사를 할 때마다 자주 등장했다. 고위급 군 간부 출신의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 전에는 특별히 알려진 적 없었던 인사로 기억한다.
2016년 탈북한 A씨는 "군에서 특별히 어떤 역할을 했다거나 이름이 오르내린 적 없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현지시찰에 동행하는 게 바로 그 사람의 권력을 나타낸다, 박정천은 2016년 전까지 현지시찰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박정천 차수는 2년여 사이에 승진을 거듭했지만, 그보다 앞선 시기에는 진급과 강등을 반복했다. 김정은 정권 초기 중장(별 2개) 계급장을 달고 등장한 후 2013년 4월 상장(별 3개)으로 진급했다. 이후 중장과 상장, 소장 등으로 계급이 오르락내리락하다 한때 영관급인 대좌(우리의 대령)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다 2016년 3월 '인민군 최고사령부 화력지휘국장'으로 호명돼 중장에 올랐지만, 같은 해 다시 소장으로 계급이 낮아졌다. 동시에 포병국의 국장에서도 강등됐다.
2016년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서해 마합도 방어대 시찰 소식을 전하며 동행자 중 하나로 박정천을 '포병국장인 육군 소장'으로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군 지휘부를 좌지우지하며 지휘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던 시기다.
그가 다시 진급을 한 건 일 년 여 후다. 2017년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 회의장에서 박정천 차수는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군 길들이기 인사'를 통과한 걸까. 이후 박정천 차수는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2019년에 여러 번 승진했다. 박정천 차수는 인민군 상장에서 대장으로, 인민군 포병국장 자리에 있다가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 4월에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정치국 위원까지 됐다. 정치국 위원은 북한의 핵심인 '당'의 중대한 결정을 하는 자리다. 박정천 차수는 군과 당의 주요 권력을 모두 차지한 셈이다.
북한에서 흔치 않은 포병 출신 총참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