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좌 주제는 '가부장제의 이해'. 강사는 젠더교육연구소 이제 윤보라 연구원이다.
임유진
"여성이라는 성적 차이를 가진 한 성의 지위, 존재를 하찮게 내리 끄는 기제를 통칭해서 가부장제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가부장제가 한국 사회와 어떤 관계 속에서 수용, 공모됐는지, 어떤 역동과정을 거쳤는지 짚는다면, 가부장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이날 강사로 나선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윤보라 연구원은 이번 강의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한국사 속 가부장제의 핵심을 "부모 또는 연장자에 대한 효 그리고 여성의 인격이 어머니로만 강력하게 대변돼 온 것"이라 꼽는다.
이어 그는 '억척스러운 한국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조선 후기 태동했다고 말한다. 국가 체계가 붕괴되는 혼란 속에서 선비는 무능하고 나약해도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 자체를 선비의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존재했던 반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여성의 강한 생활력'의 몫이었던 것.
이후 일제강점기 당시 황국신민화 정책이 이뤄지던 당시에, 여성은 '신민의 아들을 기르는 현명한 어머니이자 아내'로 현모양처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일본으로부터 해방 되어도 여성의 처지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해방 직후 전쟁이 터지고, 남성은 나라에 목숨을 바쳐서 아예 없거나 무기력했고 '어머니'로 대변되는 여성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을 절대적 사명으로 여기면서 가부장적 명분에 더욱 충실해진 채 '생존'해야 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지위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개발독재 시기 박정희 정권 통치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자신을 붕괴된 남한 사회를 이끄는 조국의 기수이자 '국부'로 위치 짓고, 노동자와 농민은 '아버지'의 말에 충실히 따르면서 국가 산업화에 이바지 하는 산업 역군으로 위치 지으면서 끊임없이 '상징정치'를 구사한 거죠."
동시에 신사임당이라는 역사인물을 뛰어난 여성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을 구현하는 한국의 어머니'로 이미지를 소환하면서 국가 통치력으로 활용했다. 이때 한국의 가부장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그것은 IMF 금융위기다. 그는 이 당시를 설명하고자 '젠더보상체계'라는 개념을 가져 온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면, 어머니가 자녀를 돌보고 재테크를 열심히 해서 집을 장만한다'는 보상 체계가 이전까지는 구획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이 보상체계가 와해된 거죠."
가족 안에서 남성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여성은 시부모를 봉양하며 집안 살림을 하고 자녀를 육아하는 젠더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보상 체계만 와해된 채.
가부장제 너머, 우린 어떤 틈새에서
가부장제의 역사는 현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최근 '며느라기'라는 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동시에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