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 I 'Burnt Umber & Ultramarine' 227×181.7cm Oil on linen 1991. 윤형근 전이 열리는 'PKM갤러리' 전시장 내부
김형순
윤형근(1928-2007)은 1928년 충북 청주에서 6남 2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독자였다. 그래서 아들을 많이 낳아야 한다는 집안의 종용을 받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원(元)근, 형(亨)근, 천(天)근, 도(道)근, 인(仁)근, 의(義)근' 등 이름을 이미 다 지워놓았다. 주역의 '원형'과 가운데 '천도', 끝으로 공자의 '인의'를 가져왔다. 실제로 6형제를 낳았단다.
서울 회고전을 기획한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쓴 윤형근 도록에 보면 윤형근의 할아버지는 '윤태현'은 경성의전 출신이고, 윤형근의 아버지인 '윤용한'은 경성고보 출신으로 문인화가였단다. 20세기 초 개화기에 덕망 있는 선비집안임에 틀림없다. 윤형근은 어려서 적송으로 지운 한옥에서 17명의 대가족과 함께 정신적으로 충만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올곧은 '선비정신'을 교육받은 윤형근은 그림공부 이전에 인생 공부를 철저히 했다. 그는 교사와 교수시절에 제자들에게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을 많이 했단다. 그의 육성을 들어보자.
"예술은 이론을 가지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천진무구한 '인품'에서만이 영원불변한 향기로운 예술이 생성된다". […] 진리에 사는 것, 진리에 생명을 거는 것. 그게 인간이 가장 아름다운 거예요. 그림만 잘 그리면 됐지, 그 사람 사생활은 어찌 돼도 좋다. 인간이 바로 서야 해. 작품이란 그 사람의 흔적이니까, 분신이니까 그대로 반영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