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사적지 11호로 지정돼 있는 옛 광주적십자병원. 5월항쟁의 중심지였던 금남로에서 가까운 광주천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병원의 민간 매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돈삼
먼저 찾아간 곳은 5·18사적지 11호로 지정돼 있는 옛 광주적십자병원. 항쟁의 중심지였던 금남로에서 가까운, 광주천변에 자리하고 있는 종합병원이었다. 80년 5월 18일 금남로에서 계엄군으로부터 무차별 폭력을 당한 청각장애인 김경철씨가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태가 악화돼 국군광주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9일 새벽 사망한다. 김경철씨는 5·18당시 광주의 첫 희생자였다. 5·18민주묘지 1묘역의 첫 번째 자리에 모셔져 있다.
시민들이 의료진을 도와 협업을 했던 곳이 당시 적십자병원이었다. 시민들이 간호사를 대신해 부상자를 돌봤다. 의료진의 식사를 준비하고, 부족한 의료물품을 구하려고 다른 병원과 약국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원활한 부상자 이송을 위해 병원에서 시민들에게 의사 옷차림을 내주기도 했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밀려들면서 피가 모자랐다. 이 소식을 들은 여고생과 노인, 유흥업소 여성들까지 헌혈에 참여하려고 달려왔다. 함께 사는 대동세상을 추구한 광주정신을 직·간접으로 실천한 곳 가운데 하나가 당시 적십자병원이었다.
적십자병원은 5월항쟁 이후에도 부상자들을 따뜻하게 돌봤다. 그러나 대형병원이 속속 생겨나면서 경영난을 피하지 못했다. 96년 서남학원 재단에 인수돼 대학병원으로 운영되다가 지난 2014년 완전히 문을 닫았다. 지금은 거의 방치돼 있다. 광주광역시가 사적지 보존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5·18의 모든 시나리오를 만들고 시행한 옛 505보안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