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남긴 말입니다. 그가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준법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삼성 해고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등은 그 진정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맡고 있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청으로 설립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부회장의 자발적인 사과도 아니었으며, 현재 삼성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도 아니었다는 것이 해고노동자 등의 지적입니다.
17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던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입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이 법안은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현재가격이 아닌 취득 당시의 원가로 계산하는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의 문제를 개선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보험사는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타 금융업권과 달리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회사의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현재가로 계산하고, 소유 중인 다른 회사의 주식은 취득가로 계산합니다. 이로 인해 보험사가 실제 총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의 주식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자 박 의원 등이 이 같이 법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보험사가 다른 회사 주식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보험업법 제106조에서는 보험사가 총자산의 3%를 초과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및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이 같은 보험업감독규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올해 3월말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8.8%(약 5억2534만 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5만 원) 기준으로 대략 26조 원에 달하는 자산입니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284조 원)의 약 9.1% 수준이기도 합니다.
만약 박 의원 등이 발의했던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삼성생명은 곧바로 17조 원 규모의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 지배구조의 마지막 연결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