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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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혁명이 어떻게 내란죄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까?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대한민국 전체 국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3700만이 다 같이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회복시키는 데 어찌하여 내란죄의 적용을 받아야 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또 10ㆍ26 혁명은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집권욕이나 사리사욕이 있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일념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혁명의 결과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보장되었습니다.
최 대통령께서는 권한대행 시절에 국민 앞에 공약을 했습니다. 현 대통령의 자리를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도중에 그만두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과도정부'를 의미하는 것이고, '과도'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해가는 과도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10ㆍ26 혁명의 목적은 완전히 달성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긴급조치 9호를 해제했습니다. 10ㆍ26 혁명이 없었던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으며,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일입니까? 이 또한 이 혁명의 성공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10ㆍ26 혁명은 5ㆍ16 혁명이나 10월 유신에 비해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허약한 민주당 정권을 무력하다는 이유로 밀어치우는 것과 집 앞마당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한 것에 비하면, 서슬이 시퍼렇고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유신체제를 정면에서 도전하여 타파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민주회복 국민혁명은 완전히 성공했습니다. 10ㆍ26 혁명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정정당당한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혈혁명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무혈로 혁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는 최소한의 희생은 부득이한 것입니다. 이번 혁명에서 최소한의 희생은 불가피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는 자유민주주의 회복과 자신의 희생과를 숙명적 관계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각하께서 희생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 각하를 잃은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고 마음 아픔을 비할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유신 이후 7년이 경과되었고, 영구 집권이 보장된 오늘날 박 대통령이 살아 있는 한, 20년 내지 25년 내에는 최소한 자유민주주의 회복이 안 된다고 볼 때, 가슴 아프지만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하여 이 혁명은 필연성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