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연씨 묘 찾은 문 대통령 내외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고(故) 이연 씨 묘에 묵념하고 있다. 고인은 전남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 27일 YMCA 회관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되어 전신 구타를 당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40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5.18 민주묘지로 이동해 '5.18 최후항쟁 생존자'였던 고 이연씨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5.18 관련 단체들로부터 트라우마 치료 지원과 5.18 민주묘지 통합 조성 등을 요청받았다.
고 이연씨는 전남대 1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1980년 5월 27일 새벽 YWCA 회관 내에서 계엄군과 총격전을 벌인 뒤 체포돼 개머리판과 군홧발로 전신을 구타당했다. 5.18 최후 항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후유증 등으로 고통을 겪다가 지난 2019년 7월 눈을 감았다.
고 이연씨 부인 "죄책감은 나쁜 사람이 갖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문 대통령이 5.18 민주묘지 제1묘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30분께. 추모탑에 헌화하고 세 차례 분향한 뒤 묵념을 올렸다. 이후 차량으로 제2묘역으로 이동해 5.18 국가유공자인 고 이연씨 묘소를 참배했다.
안진형 5.18 민주묘지 관리소장은 "고 이연 유공자는 1980년 5월 27일에 YWCA 회관에서 계엄군에게 연행돼 구타를 당했다"면서 "그 뒤로도 많은 아픔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다가 작년 7월에 여기로 안장됐다"라고 설명했다.
고 이연씨의 유가족을 만난 문 대통령은 "한창 좋을 나이에 돌아가신 것을 보면 (5.18) 이후에도 병고를 많이 겪었던 모양이다"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고 이연씨의 부인은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마음이 너무 착한 사람이었고, 이 사람은 YWCA에서 자기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라며 "그러나 아주 가끔 '옆에서 총 맞아 죽어가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 앞에 나는 부끄럽다'는 말을 했다"라고 회고했다.
부인은 "그리고 잘 살면 안 된(다)는, 행복을 누리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도 했다"라며 "대통령님도 '서울에서 시위를 더 많이 했으면 광주의 피해가 적었을 텐데' 하면서 죄책감을 말하는 것을 보고 '이 죄책감은 나쁜 사람이 갖는 게 아니라 착한 사람이 갖는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부인은 "(남편은) 참 곧은 사람이었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라며 "제가 뒷바라지를 잘 못해서 마음을 편하게 못해준 게 미안하지만..."이라고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말끝을 흐렸다.
김영훈 회장 "10년 후에야 치료받아... 그러니 후유증이 너무 많아"
이날 참배에 동행한 김영훈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 "저희 부상자나 5월 단체들이 80년대에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데 10년 후에 치료를 받았다"면서 "그러니 그 후유증이 너무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김 회장은 "(5.18이) 80년에 일어났는데 90년도까지는 폭도라고 해서 병원에 가지를 못했다, 전두환 정권 때 저희들이 병원에 가지를 못했다"라며 이렇게 토로했다.
"신랑이 아프면 자식이 아프면 모르긴 해도 병원에 데리고 가야 되지 않습니까? 하물며 교통사고로 오늘 다쳤으면 바로 병원에 갑니다. 그런데 80년도 5월 부상자나 구속자는 다쳐서도 바로 치료를 못 받고 숨어서 치료를 받았어요. 그러니 더 악화된 거예요. 92년도에 이것이 됐잖습니까? 그래서 5월 단체 부상자나 구속자가 너무나 안타까워요. 모든 재산 탕진했지, 가정도 파괴됐지, 그동안 숨어서 다녀야했지, 폭도라는 누명 땜시."
이에 문 대통령이 "요즘은 육체적인 치료라든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는 제대로 받나?"라고 물었고, 김 회장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김 회장은 "지금 광주에 보훈병원이 있고, 트라우마센터가 있다"라며 "그런데 제가 알기에는 (트라우마센터는) 도시공사 셋방을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통합병원 자리에 도립병원 하나 건립해주면 5월 단체로서는 (더 이상) 바람이 없을 것 같다"라고 5.18 관련자 심리치료를 전담할 '병원 건립'를 요청했다.
이에 이용섭 광주시장이 "이제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아직 확정은 안 됐는데 정부가 공모했고 광주가 우선대상이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하소연과 이 시장의 답변을 들은 문 대통령은 "(5.18로 인한 상처는) 오랫동안 평생을 계속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트라우마 심리치료 같은 것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문흥식 회장 "1묘역과 2묘역을 통합해 다시 조성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