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1▲ 김주윤 Close Relationship Ⅱ (45×80cm) Oil on canvas
김태형
인연, 머물기를 약속하는 말
민족의 영산 백두산 곳곳에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아름드리 하얀 자작나무들이다. 갖가지 나무들 사이에서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순수함과 정열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결혼에 화촉을 밝힌다는 말은 촛불이 없던 시절, 초 대신 자작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섰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한자로 쓸 때 '화 華'로 쓴다.
단단하고 치밀한 자작나무의 조직 때문에 목재로 쓸 때 조각재로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국보인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그 오랜 세월동안 온갖 풍파 속에서도 뒤틀리지 않고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또 북유럽에서는 사우나를 할 때 자작나무 가지와 잎을 한 다발로 묶어서 온몸을 두드리는데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표현하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고고한, 순수한, 정열적인, 단단한, 유용한, 친근한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 영물스럽기도 하고 단단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근한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자작나무 같아야 하지 않을까? 내 존재의 본질은 순수하고 성스러운 정열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그대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처음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오해와 상처를 주기도하고 나 역시 받기도 한다. 누가 잘못해서라기 보단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르면 우리는 그때의 상처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것이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그렇긴 해도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무의 상흔처럼 우리 마음에 고스란히 자국을 남긴다. 그래서 상처가 많은 사람은 오래된 나무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일어나는 동안 우리는 때로는 단단함을 보여주어야 하기도 하고 때론 친근한 모습으로 대해야한다. 추억과 기억들 속에 남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생긴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상흔들은 보담아야한다. 내 마음을 다독이면서 상처가 숙성이 될때 관계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머무른다는 것은 그사람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떠나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인연이 온다는 것은 계속 머무른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