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대표
이희훈
지난 4일은 한 전 위원장 개인에게 매우 의미 깊은 날이었다. 11년 만에 자신의 회사인 쌍용자동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날 출근길에 장미꽃을 건네받은 그는 "오늘 아침 11년 만에 일상을 되찾은 내 뒷모습을 보고 아내가 '마음이 짠하다'고 하더라"라며 "다시는 한국 사회에 이런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회사에 복귀하면 비정규직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인고의 과정이었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었던 한 전 위원장은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터진 세계금융위기로 쌍용차가 노동자 2646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대해 5월 말부터 8월 초까지 77일 동안 파업을 주도했다.
파업을 풀고 나오는 날 한 전 위원장은 구속됐고 2012년 8월까지 복역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거리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외치며 송전탑에 올라갔다. 171일간 송전탑 고공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복직하지 못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 이유가 구조적인 원인에 있다고 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여 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민주노총 위원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공약대로 2015년 11월 대한민국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 박근혜 정부는 총파업을 이유로 그를 다시 구속한다. 2015년 12월의 일이다. 2018년 5월에야 그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문제는 파업부터 복직까지 걸린 11년의 시간 동안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등졌다.
"교도소에서 면회가 날마다 되는 게 아니라서 (동료들과 가족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신문지면을 통해 접했다. 견디기 어려웠다. 단절된 공간이라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더는 죽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일이 볼펜으로 만장(죽은 이를 슬퍼하여 지은 글)을 적어 독방 벽에 붙였다. 스무 장이 넘어갈 때쯤 세상 밖으로 나온 거다."
그가 복직하던 날 <조선일보>는 '쌍용차, 한상균 등 복직자 35명 11년만에 출근... 회사는 경영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들이 돌아온 쌍용차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면서 "쌍용차는 지난해 영업손실 2819억 원을 기록, 2009년 이후 최악의 경영난에 처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쌍용차의 11년 투쟁은 해방 이후 성장정책으로만 일관해온 한국사회에 '해고가 옳은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면서 "당시 2646명의 정규직과 1000여 명 비정규직 등 모두 3500여 명이 구조조정을 당해 해고됐다.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자들을 쫓아낸 결과가 무엇인가. 경영자 마음대로 해서 다시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이다. 과연 노동자의 문제인지, 회사의 문제인지, 지배구조의 문제인지 적나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이 쌍용차를 살릴 수 있다. 대안도 있다. 정부와 이 문제를 이야기할 준비도 돼 있다. 노동자들도 언 발에 오줌 누는 방식으로 연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들 SUV의 강자로 쌍용차가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음을 모아 쌍용차의 비전을 만들면 된다. 노동자들이 주도하며 나가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은 해고 이후 5년 6개월 동안의 수감생활을 포함해 교도소 안팎을 가리지 않고 쌍용차를 주변에 소개하고 팔았다. 자신도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쌍용차랑 다른 회사 차 사양을 들고 와서 비교해달라는데 그냥 우리 거 사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유는 단 하나, 청춘을 바친 나의 회사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2개월간 현장훈련(OJT) 및 업무 교육을 거쳐 7월께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권유하다' 대표 한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