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서부이촌동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내건 시세 안내.
연합뉴스
그러면 공공의 토지개발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공공은 토지를 수용·개발해서 공동주택용지와 단독주택용지, 상업용지 등을 매각해왔다. 매각해서 토지 수용비와 개발비를 조기에 회수하고, 환수한 개발이익으로 공사의 운영자금과 공공임대주택 운영에서 나타나는 적자를 메꾸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투기가 유발될 수밖에 없다.
토지개발비를 조달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토지전세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입주 가구와 상가 소유자가 토지임대료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금으로 내고 집이나 상가를 팔고 이사할 때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토지개발비는 전액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발표된 용산 부지는 사유지가 아니고 70%는 코레일 소유이고, 30%는 국공유지이다. 토지를 매입하는 데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 물론 전세가 아니라 순수월세를, 혹은 전세와 월세의 혼합형을 선택하는 입주자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월세를 기본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sset Backed Securities : ABS)이나 장기 채권을 발행해서 재원을 조달하면 된다.
2011년 강남·서초의 교훈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분양에는 성공했지만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를 차단하는 데는 실패한 강남·서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2011년 11월에 분양)의 경험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강남·서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가격은 주변 시세의 1/4 수준인 2억 2천만 원이었고 토지임대료는 35만 원(강남 세곡지구 84㎥ 기준)이었다. 임대료가 이렇게 낮았던 이유는 토지임대료를 토지의 감정가액도 아니고, 시장가액은 더더욱 아니고, 택지조성원가를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파격적인 택지조성원가가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턱없이 낮게 설정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강남·서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는 5년 전매제한기간을 둘 수밖에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매제한기간 끝난 2018년 기준으로 8억 3천만 원이었던 집값이 2020년 1월 기준 10억 원이 넘어버렸다.
건물가격이 이렇게 오른 이유는 환수되지 않은 토지임대료가 자본화되어 건물가격에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변 시세의 1/4 수준으로 공급했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10년도 되지 않아 4~5배나 뛴 것이고, 최초 분양자만 혜택을 보게 된 로또 아파트로 변질된 것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지임대료를 시장 임대료에 가깝게 붙이고, 임대료는 3년에 1번씩 재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토지개발비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고, 명실상부한 불로소득 차단형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불로소득 유발형 주택공급은 이제 그만
그동안 우리는 기존의 주택공급 방식, 즉 토지까지 매각하는 주택공급 방식이 국민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중소득층까지도 주거 불안에 떨게 하고, 투기를 조장하여 불평등을 심화시켜왔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 최근 10년(2008~2018)간 신규주택의 절반을 다주택자들이 소유해버렸고 다주택자들의 평균 보유 주택수가 3.5채에서 7.0채로 증가했다는 점, 그리고 비(非)주택거주가구의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2년 전 서울 집값 폭등의 신호탄이 되었던 용산에 불로소득 환수형 분양주택을 공급하자. 그렇게 하면 로또 분양 논란이나 고분양가 논란은 사라진다. 실수요만 시장에 등장한다.
그리고 토지전세제도를 이용하면 토지개발비를 바로 회수할 수 있고, 재정적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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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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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정비창에 '불로소득 차단형' 주택을 공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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