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10·26 사건 직후 박정희 정권에서 각종 비행을 일삼았던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씨(1912~1994)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 9억5천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돈 가운데 3억5천만원을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돌려줬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실은 30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전두환 회고록』 3권 '황야에 서다'에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 1977년 3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경로병원 개원식에 참석한 최태민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당시 영애이던 박근혜 양.
연합뉴스
박정희는 집권 말기에 이르러 가족에 대한 통제력도 크게 상실하고 있었다.
김재규의 결단에 일조를 한 사건이 있었다. 딸 근혜에 대한 불미스런 얘기는 주변에 널리 알려졌다. 정보부가 취합한 내용을 김재규가 보고했으나 대통령은 오히려 딸을 감쌌다.
정에 흔들리는 박정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최태민(崔太敏)이라는 괴목사의 등장이다. 큰딸 근혜 양에게 접근한 최 목사는 순경출신으로 한때는 불가에 입문했다가 목사로 변신한 미스터리의 인물이었다. 그는 1975년 구국선교단ㆍ구국봉사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자신은 총재, 근혜 양은 명예총재로 앉혀 놓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말썽을 빚었다.
말썽이 끊이지 않자 1977년 9월에는 대통령이 최 목사의 비리를 수사해 온 김 정보부장과 최 목사를 직접 대면시켜 놓고 친국(임금이 직접 심문하는 일)까지 했으나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친국 며칠 후 박 대통령은 선우련 비서관에게 "근혜 곁에서 최 목사를 얼씬도 못하게 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그러나 근혜 양이 최 목사를 옹호하고 나서자 선우 비서관은 다시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그제서야 대통령은 심증을 털어놓았다.
"내가 특명을 내리고도……, 근혜가 엄마도 없는데 일까지 중단시켜서 가엾기도 하고 나도 마음이 아팠고……."
결국 그렇게 최 목사 사건은 흐지부지되었고, 10ㆍ26 이후 전두환 합수본부장이 최씨를 강제로 강원도로 쫓아낼 때까지 그의 활동은 계속됐었다. (주석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