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저술한 <신찬벽온방>(보물 제1087호)을 비롯하여 <제중신편>, <마과회통>, <동의보감> 등 조선시대 전문의료서적 20여점과 <등준시무과도상첩>과 <문효세자예장의궤도감> 등과 같은 책 등, 27점의 조선시대 책들이 전시된다.
김현자
이어 2부 '역병 극복에 도전하다'에서는 광해군 때의 온역과 정조 때의 홍역 등,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한 조정의 노력을 관련 전문서들을 통해 조명한다.
관련 <신찬벽온방>(보물 1087호. 허준박물관)을 비롯하여 어의 강명길이 정조의 명으로 저술했다는 <제중신편>, 정조가 왕세자인 문효세자가 홍역으로 죽은 무렵 홍역이 창궐한 데다 영남지방에 불어닥친 흉년에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것 등을 지시한 <문효세자예장의궤도감>, 한글 번역을 덧붙인 티푸스성 전문 의서 <벽온신방언해>, 정약용이 저술한 홍역 전문서 <마과회통> 등과 같은 여러 서적들, 역병을 막거나 물리치고자 제사 지낸 단이 마련된 곳을 표시한 지도 등이 전시된다.
이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1613년(광해군 5년)에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했다는 전염병 전문서인 <신찬벽온방>. 1612년 가을 함경도에서 시작한 온역(티푸스성 감염병)이 강원도를 거쳐 서울과 전역으로 퍼지자 내의원에서 소장 중인 <간이벽온방>을 배포해 전국의 의원들이 온역 치료에 도움받게 한다. 그러나 너무 간단해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허준에게 새로이 편찬하게 한 책이다.
허준은 이 책에서 온역의 원인을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청렴하지 않은 정치 등을 꼽는 한편 전염되지 않는 방법으로 ▲ 소합환 20알을 넣고 달인 물을 환자가 먼저 마시는 것으로 환자와 환자 주변을 소독시킨 후 의원이 들어가 진찰하게 할 것 ▲ 환자를 상대할 때 문을 열고 밖을 향하는 방법 등으로 반드시 등지도록 할 것 ▲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온역 환자를 맞이했다면 독기를 빨리 밖으로 뱉어낼 것 ▲ 종이 심지로 콧구멍을 후벼 재채기할 것 ▲ 콧구멍을 소독할 것 ▲ 집안에 전염병이 유행하면 처음 병이 걸린 사람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한 후 밥 시루에 넣어 찔 것 등, 현대의 방역과 어느 정도 맞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책 설명에서 더욱 인상 깊게 와 닿는 것은, 허준이 백성들의 형편을 고려한 간편한 처방을 위주로 했지만 부득이할 경우 고가의 약물을 사용하는 처방도 했다는 것. 그런데 이럴 경우 고가의 약을 '감당할만한 사족들이 나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전염병의 종식은 통치자의 반성과 함께 공동체가 고통을 분담하여 대처해야 한다는 인술(仁術)이 필요함을 역설(박물관 설명)'하고 있다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