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미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왔던 2015년, 아파트 가격도 폭등
그런데 서울 아파트 가격은 그해인 2015년을 기점으로 폭등한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56%나 올랐다. 공급이 적었던 2014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이 1.09%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폭등세에 가깝다. 집값 상승을 '부동산 규제'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들도 2015년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집값이 폭등한 사실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2015년 이후에도 아파트 분양물량과 가격 상승률과의 상관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5년에 비해 아파트 공급이 소폭 줄었던 2016년(서울 분양 3만 6184가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4.22%였다. 아파트 공급량은 분명 2015년에 비해 줄었는데 오히려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낮아진 것이다.
이듬해인 2017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3만 8615가구로, 전년보다 6.71% 가량 공급 규모가 커졌다. 공급이 많아졌지만 아파트 값은 오히려 더 상승한다. 2017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28%로 전년 대비 1%p 이상 상승한다. 가격 급등세가 심해지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진화에 나섰고, 연말쯤 잠시나마 진정됐다.
부동산전문가들의 주장대로 통계가 움직이던 때는 2018년 단 한 번뿐이다. 2018년 서울 아파트는 2만 384가구가 공급됐다. 공급 물량이 전년 대비 1만 가구 이상 줄었다. 2018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56%나 급증하면서 폭등세를 보였다. 2018년만을 기준으로 하면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 틀리다가 2018년 단 한 차례 맞았던 것이다.
2020년 서울 아파트 분양가, 2015년의 두 배로 껑충
하지만 이 흐름도 오래 가지 못한다. 2019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2만 3989가구였다. 2018년과 비교해도 공급량은 별 차이 없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2019년 12월 기준)은 2.91%로 2018년과 비교하면 대폭 낮아진다.
다시 2015년으로 되돌아가보자. 2015년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공급은 분명 증가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는 총 15만 9589가구. 2010년~2014년 기간 분양했던 아파트 수는 9만 6909가구였으니까, 6만 가구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체 아파트 시장이 아닌 민간 아파트 분양 시장만 떼놓고 봐도, 이 기간 중 분양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625만 3000원이었다. 이듬해인 2016년 1월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610만 8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7년부터 급등세를 보인다. 2017년 1월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645만 원, 2019년 1월 760만 원, 2020년 1월에는 812만 1000원으로 오른다. 2014년 1월 평균 분양가가 543만 10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50% 가까이 오른 셈이다.
분양가격에 영향을 미친 건 주택 공급 부족이 아닌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결정적이었다. 분양가상한제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정부가 정한 적정 건축비에 맞춰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아파트 분양을 하는 건설사들은 아파트 값을 마음껏 높여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요가 몰렸던 서울 강남은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아파트 분양을 할 때마다 가격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