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기찻길 마을’에는 선로를 따라 들어선 집들이 경계 없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김은덕, 백종민
베트남 근현대사를 만날 수 있는 곳
관광객의 하노이를 지나, 하노이의 현재를 둘러보았다면, 이번엔 베트남의 천년수도이자 정치 행정 중심을 맡고 있는 유서 깊은 하노이의 과거를 마주할 시간이다. 탕롱왕궁(Thang Long Imperial Citadel)은 베트남 제국주의 침략의 아픈 흔적을 보여준다.
베트남 최초의 왕조는 11세기 출현한 리 왕조로, 당대 사람들은 하노이를 '떠오르는 용'이라는 뜻의 '탕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물론 탕롱왕궁을 처음 세운 건 리 왕조가 아니었다. 리 왕조가 출현하기 전인 7세기 무렵, 중국의 당 왕조가 성채(城砦)를 하나 세웠는데 그 위에 다시 지은 게 오늘날의 탕롱왕궁이다.
이후 프랑스가 하노이를 강제점령하면서 왕궁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식민지 총본부로 활용된다. 또한 베트남 전쟁 중에는 북베트남군이 이곳에 작전 본부를 세웠다. 9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력이 왕궁을 이용하면서 축적된 다양한 건축 양식을 모두 볼 수 있는 특이한 공간이 되었다.
한편, 큰 전쟁을 겪은 나라의 여성의 삶은 기구하다. 베트남여성박물관(Vietnamese Women's Museum)에는 남편을 잃고, 자식을 떠나보낸 후 자신도 전장의 일원으로, 가장으로 삶을 이어가던 베트남 여성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의 영웅적 어머니들(Heroic mothers of Vietnam)'의 사진을 전시해 놓은 특별관은 여행자의 마음을 울린다. 1994년 베트남 국회는 베트남 전쟁에서 아이 또는 남편을 잃은 여성에게 '영웅적 어머니들'이라는 국가 명예 칭호를 수여 했고 지금까지 5만여 명의 여성들이 이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하노이 여행자라면 빼먹지 않고 찾아가는 장소는 베트남 민족운동의 지도자, 호찌민 주석의 묘다. 이곳이야말로 베트남의 과거, 현재, 미래가 살아있는 장소로 충분하지 않을까. 1969년 사망한 호찌민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덕분에 방문객들은 호찌민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유리관 안에서 그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호찌민은 사실 거창한 장례식 말고 소박한 화장을 해 달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이들은 마오쩌둥, 김일성, 레닌 등 공산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존 모습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영원히 잠들지 않고 살아있는 위대한 지도자는 지금도 베트남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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