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사진입니다.
김수진
그것으로 작년에는 쑥된장국과 쑥부침개를, 재작년에는 무려 쑥떡을 만들어 먹는 기염을 토했다. '손으로 뭉친 반죽을 살짝 던졌을 때 흩어지지 않고 모양이 유지될 정도'라는, 초보자에겐 애매하기 그지없는 농도조절 과정 때문에 실패의 쓴맛을 안겨주었던 백설기의 추억. 그와 달리 쑥떡은 적당히 간하고 반죽해서 찜통에 쪄내기만 하면 봄을 만끽하게 해주는 기특한 녀석이었다. 집에서 내가 직접 떡을 만들다니, 얻어지는 뿌듯함은 덤이었다.
캐나다에 봄이 오면 한국인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몇 가지 나물들이 있는데 그중 참나물과 산마늘이 으뜸이다. 살짝 데쳐 소금, 참기름, 참깨, 다진마늘 넣어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 식감과 향이 으뜸인 참나물은 할 수 있는 한 많이 따서 소분해 냉동실에 얼려놓고 두고두고 꺼내 먹는다. 명이나물이라고도 하는 산마늘은 구운 고기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기가 막힌데, 간장장아찌도 담그고 김치도 만든다.
이곳에서도 웬만한 한국 식재료는 다 구입할 수 있지만 가장 아쉬운 것을 고르라면 바로 '신선한 봄나물'이다. 그러니 지천으로 돋아나는 쑥과 참나물, 산마늘 등에 욕심을 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선 공공장소나 사유지에서는 잡초일지라도 함부로 뽑다가 적발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한다.
실제로 산마늘 한 뿌리 당 가격을 매겨 수천 불의 벌금을 문 사람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아는 캐네디언 소유의 농장 내에서 산마늘 군락지를 발견, 허락을 받고 마음껏 캐오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렇듯 봄나물에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 외에도, 외국에 살다보면 '별 걸' 다 만들어 먹게 된다. 집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갖가지 먹거리들이 즐비한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는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지 않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 아니다보니,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자력갱생을 택한다. 그래서 족발, 순대국, 꼼장어 볶음, 연어초밥 같이 보통 밖에서 사먹는 게 당연하다 여겨지는 음식들도 집에서 냄새 폴폴 풍겨가며 만들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가정이 그렇듯 우리집도 주식은 한식이다. 일단은 남편과 내가 먹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한국인의 입맛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어릴 때부터 한식을 위주로 먹다보니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갈비탕, 둘째는 잔치국수, 셋째는 찜닭과 산마늘 장아찌다.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번 여름 한국을 방문하면 김치처럼 매운 음식도 곧잘 먹는 아이들 덕분에 어른들께 좀 칭찬 받지 않을까 은근 기대도 했는데... 아쉽다.
아이들은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나 파스타를 싸가기도 하지만, 볶음밥이나 불고기덮밥, 김밥 같은 한국음식도 종종 가져간다. 'Traditional Day(전통의 날)' 행사가 있는 날이면 외국인들도 대체로 거부감없이 즐겨하는 불고기나 잡채를 들려 보낸다. 작년에는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한국 음식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