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상자에 상추 모종 심기
조혜영
딸기를 자주 사다 먹다 보니 딸기를 담았던 일회용 용기가 자꾸만 버려지는 것이 마음 쓰였다.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나 붉은색 플라스틱 바구니는 그대로 버리지만 두꺼운 스티로폼 상자는 그냥 버리기 아까웠다.
베란다에 상추를 심기로 했다. 작은 상자라서 모종은 두세 개면 충분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우리 가족이 먹을 수 있으리라. 상추 모종은 다섯 개에 천 원이라고 했다. 세 개만 달라고 하긴 그래서 상추 네 개와 겨자 하나를 샀다. 분갈이용 흙도 사 와서 작은 딸기 상자에 세 개, 두 개로 나누어 심었다.
흙이 얕고 밭이 너무 작다는 남편 말에 매일매일 상추를 들여다 보았다. 처음엔 뿌리는 내렸나, 자라기는 하는 건가 조바심이 났다. 다행히 잘 자라고 있었다. 처음 사진과 일주일 후 사진을 찍어 비교하니 많이 자랐다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기른 상추를 뜯어 고기쌈을 싸 먹을 날을 기대하며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하다. 흙이 얕아 쑥쑥 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지만 버려지는 스티로폼 상자를 사용해서 상추를 길러 먹을 수 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거기에 자라나는 땅의 작물을 보는 기쁨은 덤이다. 상추 모종도 사고 흙도 사느라 상추를 사 먹는 가격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보람을 얻는다.
자급자족 라이프의 나비 효과
코로나 시대의 자급자족, 처음엔 시간을 보내려 시작했다. 하려고만 하면 왜 할 일이 없을까만 좁은 집 안에서 쳇바퀴 돌며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어떤 것이 필요하다. 다른 이들은 집콕을 견디기 위해 네 시간 걸린다는 달고나 커피도 해 먹는다는데. 내가 생활 속에서 찾은 자급자족을 나열하고 보니 '재미있는 만들기 생활' 정도로 표현 되겠다.
자급자족 생활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 하다 남은 것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흥미가 떨어진 과거의 취미들도 시간이 흘러 새로운 재미로 연장되기도 한다. 나는 잊을 뻔했던 수세미 실을 꺼내어 필요한 물건으로 탄생시켰다. 그렇게 다시 찾은 '만들기'와 '만들어 쓰기'의 재미는 두뇌 회전뿐만 아니라 만들기 생활로 확장됐다.
수세미 실로 시작된 만들기는 도미노처럼 다음 만들기로 연결되었다. 직접 만드는 재미를 느끼자 마스크를 만들었다. 묵혔던 재봉틀을 돌리자 먼지 쌓인 오븐이 보였다. 오븐에 쿠키를 굽자 함께 먹을 딸기 라테를 만들고 싶어졌다. 딸기청을 만들고 남은 병을 활용하기 위해 오이 피클을 담갔다. 그리고 딸기가 담겨온 스티로폼 상자에는 상추를 심었다.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만들기의 재미를 찾은 자급자족 라이프의 나비 효과는 계속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공유하기
수세미 뜨기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상추를 심고 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