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태구민16일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가 강남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뒤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당선인은 국회의원 출마부터 화제가 된 인물이다. 북한 이탈주민으로서는 처음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 탈북한 그가 4년여 만에 남한 사회를 얼마나 이해하고 선거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공세가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는 태 당선인이 4년 만에 18억 6500만원의 재산을 어떻게 모았느냐며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태 당선인의 행보를 지켜본 북한 이탈주민이나 북한 연구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태 당선인의 '역량'을 둘러싼 우려도 있었다. 본인이 알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확신에 찬 주장을 한다는 지적이었다.
태 당선인이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역임했을 뿐인데, 김정은 정권의 정치·군사·경제·안보·사회 모든 분야의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뜻이었다. 그의 발언이 국내에서 소비될 뿐만 아니라 CNN 등 외국 매체에 인용돼 '북한'과 관련된 정보가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인지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태 당선인의 '국회' 입성을 앞두고 여러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태영호는 김정은 정권에서는 영국에 살아 북한 내부 상황을 아는 데 한계가 있는 인물이다, 태영호는 북한 최고위급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태 당선인이 북한 정권을 세세히 알 수 없는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국정전반을 섭렵이라도 한 듯 말한다는 비판이었다.
이어 "본인이 알고 있는 것만 말해야 하는데, 태영호는 항상 자기가 알 수 없는 정보를 확신에 차서 주장한다"라면서 "그가 국회에 가서 이른바 근거 없는 '어깃장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태영호 당선인은 북한과 관련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주장을 펼쳐왔다. 2018년 2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겨냥한 것", "핵 개발 이후 북한은 대남 전략을 남조선 해방에서 초토화로 바꿨다"라고 북한의 전략을 진단했다.
탈북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한 2016년 12월 27일에는 "김정은은 명분과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하다, (집권 5년 차까지 생모를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이것이 김정은의 백두혈통의 허구성"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태영호 당선인과 정기 모임을 했다는 한 인사는 "(태 당선인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그 이야기를 했다"라며 태 당선인이 여러 강연회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발언'을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했던 지성호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꽃제비(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는 어린 아이들을 일컫는 말) 출신으로 목발을 짚고 탈북, '북한인권 운동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김정은 사망설'을 주장했을 때, 한 북한 이탈주민은 "북한 이탈주민 네트워크는 좀 폐쇄적이다, 북한에서 직업이 뭐였는지 그 출신에 따라 어울리는 사람도 다르고, 북한이나 중국 접경지역의 정보원도 다르다"라며 "잘 살펴봐라, 태영호와 지성호도 워낙 출신 성분이 달라 잘 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한 지 14년 된 꽃제비 출신이 김정은 사망과 관련한 정보에 접근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면서 "아무래도 그가 국회의원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오버'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설이 확산됐던 4월 말에도 지 당선인의 주장을 불신했다.
태영호·지성호, 개인이 아닌 헌법기관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다음날에도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냈다. 태 당선인은 "(여전히) 의문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라고 했고 지 당선인은 "김정은의 건강문제가 없는지는 속단하지 말자"라고 했다.
그러다 이틀이 지난 4일이 되어서야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과했다. 태 당선인은 4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낀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했다. 같은 날, 지성호 당선인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공인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단순히 '해프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당선인들은 앞으로 4년 간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지위를 누리게 될 이들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한 마디'는 남북 관계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에서 왔으니 북한을 잘 안다'는 주장이나 '내부 소식통' 외에 별다른 근거가 없는 주장이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는 정부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두 당선인이 국회에서 역량을 보일 만한 지점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태영호가 북한에서 외교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진의를 마냥 부정하는 미국의 인사들을 설득하는 일을 할 수 있다"라면서 "지성호는 북한 이탈주민의 처우나 국제적인 차원에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어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이 국민의 대표가 된 이상 자신의 '확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고민하며 국회활동을 해야 한다"라면서 "대북 정책 전반에 과도하게 확신을 가지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건 경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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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 두 당선인의 과도한 확신이 불러온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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