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샛강 봉사자들 2019년 3월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샛강을 가꾸었습니다. 가시박 죽은 덩굴을 치우고 쓰레기를 수거한 지지봉사단 청년들
조은미
초록이 우거지고, 버드나무 군락이 멋진 도심 속 비밀 숲 같은 여의샛강생태공원. 이 곳은 199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공원입니다. '샛강'이라는 이름은 한강 본류에서 갈라져 '사이로 흐르는' 강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나들이 인파가 넘쳐나는 여의도 한강공원과 달리 샛강은 조용하고 한결 자연스러운 수변 생태공원입니다. 그러나 작년 봄 저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샛강에 왔을 때 샛강의 모습은 호젓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생태교란종 가시박이 울창한 버드나무를 덮었습니다. 가시박은 순식간에 자라 버드나무를 뒤덮어 말라 죽게 합니다. 환삼덩굴과 며느리배꼽, 단풍잎돼지풀도 생태계 교란에 가세합니다. 작년 3월 초 샛강의 모습은 죽은 가시박 덩굴에 뒤덮인 버드나무들로 음산하기까지 했습니다. 저희는 작년 3월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가시박을 걷어내고, 환삼덩굴 싹을 뽑아내며 일 년 내내 샛강 숲을 가꾸었습니다. 일 년 가까이 2천5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보탰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봉사자 가족, 기업체 단체 봉사자들, 젊은 청년 봉사자들, 청소년들… 다양한 봉사자들이 생태교란종으로부터 버드나무들을 살렸고, 큰 나무 아래서 햇빛을 받지 못해 가늘게 자란 어린 나무들을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심어주었습니다. 또한 샛강에 떠내려온 부유 쓰레기를 뜰채로 걷어내고, 산책객들이 함부로 버린 개똥이 담긴 비닐 봉지도 치웠습니다.
이런 숨은 노력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 봄을 맞은 샛강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햇빛이 물 위에서, 갓 솟은 연한 초록 잎 위에서 찰랑찰랑 빛납니다. 오가는 시민들이 종종 "샛강이 예뻐졌다"며 칭찬을 하십니다. 죽은 가시박 덩굴에 덮여 발을 디딜 수조차 없던 곳에 작은 오솔길들도 났습니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숲이 더 깊어졌습니다. 그러자 전보다 더 많이 박새류와 딱새, 흰뺨검둥오리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말경에는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도 샛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침에 샛강에 올 때마다 머리 위에서 꽃을 따먹는 요란한 직박구리, 버드나무 사이를 날렵하게 오가는 박새를 가까이 봅니다. 귀여운 새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서서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가시박 줄기를 끌어내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오솔길이 새로이 많이 생긴 샛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시민들이 숲 안쪽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작은 길은 더 넓어지고, 풀 아래서 힘을 내어 자라는 어린 나무들이 발에 밟혀 부러지고, 포란 중이던 청둥오리가 놀라는 일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