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진중권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가해다
진중권 페이스북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시점은 중요하지 않죠. 공론화를 총선 전에 했으면 총선 전에 했다고 비난했을 것이고, 총선 후에 했으면 총선 후에 했다고 비난했을 겁니다. 그것을 피해호소인은 걱정했던 겁니다. 그리고 그가 우려하는 바로 그 모습을, 당신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진짜로 원하는 건
언론은 이번에도 성범죄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피해자의 신상명세에 주목하는 한편,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에 힘쓰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의 정치적 이력을 들춰서 문제 삼는 기사도 등장했습니다. 굉장히 문제적입니다. 피해자 혹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이들의 자질을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성범죄 사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피해자 탓하기(victim-blaming) 수법입니다. 수많은 미투 운동의 당사자들이 이러한 의심 앞에서 한 번쯤은 자기검열을 해야 했습니다.
피해자는 입장문에서 거듭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고, 공론화 시점은 최대한 조율할 수 있는 선에서 택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것이 정치적으로 누가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총선이 끼어있는 탓에 언제 공론화를 하든 공격을 받을 수 있겠다는 당사자의 고민이 느껴져서 서글픈 감정이 들던데, 진중권씨는 이 부분이 친문 혹은 민주당 지지자한테 유리한지 아닌지가 더 관심이 가시던가요?
한때 당신이 '모두까기 인형'이라고 불렸던 것은, 진영과 무관하게 불합리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비판할 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자신이 속한 진영의 부조리에 대해 실제로 침묵하거나,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일을 보였기 때문에 당신의 '모두까기'는 빛을 내곤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요 근래에는 '친문'을 비판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이건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주장을 하건 간에, 그것이 피해자를 위하는 방향일지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 그게 가장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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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씨 글을 좋아했지만... 그건 '2차 가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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