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대상으로 한 도자교육 프로그램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김희정
책에는 대상자 그룹별 효과성 검증을 위한 통계분석, 각 대상자 그룹에게 매회기 마다 진행한 성찰일지와 관찰일지, 세부프로그램 운영내용도 수록돼 있다. 대상자 그룹 가운데 아동그룹은 초등학교 4~6학년 49명, 성인은 초·중·고 학부모 8명(평균연령 43세), 노인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독거노인 8명(평균연령 79.5세), 장애인은 성인 발달장애인 8명(평균연령 32.6세)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의 수업 분위기, 그들이 나눈 대화 등을 읽다보면 그 속에 투사된 나를 만나기도 한다. 자녀와 엄마, 할머니, 장애인의 마음을 관찰자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고학년 여자아이들만 모여 있는 그룹은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는 등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하지만 흙으로 땅을 만들고 트리를 만든 후 함께 선물 상자로 장식하는 등 재미있게 꾸미고 있다. 강사 입장에서는 어수선하게 보이는 이 풍경이 아이들에게는 경직되지 않고 가장 자유로운 작업 분위기이다. - 234쪽
☀어르신: 매일 목요일을 기다렸어요. 도자기를 만들면서 우리들 문제도 바꿔가는 것 같았어요.
♥어르신: 항상 똑같은 손으로 만들었는데 똑같이 생긴 도자기는 없었어요.
♡어르신: 여기 화분에 물을 담아두면 썩잖아요. 그런데 계속 새 물을 채우면 물이 흘러넘치면서 물이 정화되듯이 도자기를 하면서 내 마음은 그런 느낌이었어.
☘어르신: 아무 생각없이 시작했는데 벌써 끝났네. 여기에 나를 끼워줘서 행복했어.
♠어르신: 형님이 계셔서 우리가 더 행복했어요. - 277쪽
도자교육의 효과성 검증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대상자들은 전반적으로 프로그램 실시 전과 후의 수치 차이가 유의했다. 하지만 아동그룹은 매회 마다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과 자신감, 주의집중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은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미적 감각과 인내, 절제를 배우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소감이 많았다. 노인의 경우 4그룹 중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만족도 평균 5점(5점 만점)으로 도자교육의 긍정적인 효과성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은 발달장애인 특성으로 인해 효과성 검증에 다소 한계가 있었지만 강사의 인터뷰 및 행동관찰일지, 만다라그림 사전 사후를 분석한 결과 감정표현, 정서적 안정감, 주의집중력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짧은 기간에 걸쳐 진행됐고 첫 시도인만큼 현장에서 느낀 여러 과제를 제언한다. 대상별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한 도자교육 프로그램 효과성 확인, 도자·도예 프로그램 전문 강사 양성 및 지역 유휴 공간을 활용한 도예활동 장려, 다양한 대상 및 기관 맞춤형 도예 프로그램 개발, 과정중심의 도자교육 설계 등.
여기에 나는 흙놀이를 제안한다. 어릴 적, 옷이야 젖든 말든 흙탕물에서 맨발로 신나게 뛰어 놀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흙반죽으로 무엇이든 즐겁게 만들면서 친구 얼굴에 진흙을 펴 바르던(머드팩 놀이) 흙놀이. 아울러 평범한 시민이 전통방식의 도예체험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행복하겠다.
도예활동을 지역의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과 연계하면 새로운 지역문화도 만들어질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도예전공자, 도자교육에 전문적인 교수 학습이 필요한 도예인, 도예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 마을사람 등이 소그룹으로 모여 흙을 빚으며 흙이 건네는 따스하고 명랑한 수다를 나누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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