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지역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마련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주민들이 코로나19 관련 차별 사례를 말하고 있다.
김보성
"이주노동자도 한국에 살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공장에서 물건도 만들고, 농장에서 작물도 키우고, 월급 받아 세금도 내고, 생활을 위해 소비도 하면서 살아가는 한국사회 구성원입니다. 코로나는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파키스탄에서 8년째 한국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 나와츠(30) 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쳤고, 그 피해에서 이주민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와츠 씨는 "공장에 일이 없어지고, 강제로 휴업하는 공장들도 많다"며 "일이 없는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먼저 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주민들은 보호보다는 배제를 당하고 있다. 나와츠 씨는 "편견이 심해졌다. 그리고 회사에서 건강보험 가입을 안 해줘서 마스크를 못 산 친구들도 있다"면서 "한국인 직원들은 출퇴근하는데 이주노동자는 회사와 기숙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회사도 있다"고 했다.
25년째 한국에서 사는 네팔 이주민 두루가(43) 씨도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싱가포르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27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만난 이주민들은 재난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이들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부산이주민포럼, 이주민과함께, 사회복지연대,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녹색당, 민중당 부산시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등은 이날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나와츠, 두루가씨는 이 현장에 직접 나와 자신과 동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말했다.
이주민들의 목소리에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싱가포르의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열악한 주거와 노동 환경 속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 배제로 방역의 모범국가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되돌릴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