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광재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주갑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16일 오전 강원 원주시 무실동 선거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원주에선 처음 당선됐다. 지역 활동 포부는?
"교육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 당장 다음주부터 원주 지역 내 기업과 5개 대학 총장, 혁신기관 공공기관장, 원주 국회의원 두 명(원주갑 이 당선자와 원주을 송기헌 의원), 원주시장이 모여 간담회를 시작한다. 산(업)·학(교)·공(공) 또는 시·산·학 모임이다. 결국 국력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오며, 기술력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면 일자리도 만들 수 있고, 나이든 사람들도 살아갈 방도가 생기고,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풀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 하이닉스와 고려대학교가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그 회사에 가서 인턴을 하거나 취직을 할 수 있어 좋고, 기업 입장에선 교육 기간을 줄이고 기업에 맞는 인력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원주를 좋은 성공 모델로 만들고 싶다."
"여야 공부모임 20여명 모았다... 젊은 세대 키워 '진보 대전환' 해야"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는 등 친노 핵심인사인 이 당선자는 17·18대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재선 의원을 거쳐 2010년 강원도지사로 당선됐다. 그러나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도지사직과 10년간의 피선거권을 잃었다. 지난 2019년 12월 30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총선용 사면"이란 비판이 나왔다.
- 당선 소감으로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알을 쫌)'를 인용했더라.
"평창 촌놈이 원주에 와서 친구에게 처음 빌려본 책이 <데미안>이었다. '하나의 새가 태어나려면 하나의 알을 격파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가는데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데미안 구절이다. 말 할 수 있는 자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 9년이 걸렸다. 그런데 새는 자기 혼자 알을 깨지 못하지 않나. 바깥에서도 같이 깨줘야 부화가 된다. 원주시민이 그 알을 깨주신 거다. 덕분에 내가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는 토대가 생겼다.
한편으론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지역 경제가 너무 안 좋다. 선거운동을 하러 다니는데 거의 다 장사가 안 되더라. 미안해서 명함도 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나 혼자 짐을 다 지고 가는 건 아니지만,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마음이 무겁다. 등소평이란 사람은 3번 쓰러지고 3번 일어나 중국 개혁·개방을 이끌었는데, 나의 사명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소명은 뭘까... 진보의 대전환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진보의 대전환이 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살 보좌관인 내게 비서실 구성의 전권을 주면서 '나는 정치를 잘 모르니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달라'고 했다. 그럼 나는 역사 발전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든 생각이 분열된 땅엔 집을 지을 수 없다는 거였다. 분열되고 갈라진 땅을 통합하기 위해 우선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여야 의원 공부모임을 하려고 한다."
- 몇 명 정도 모았나.
"여야 20명 정도다. 젊은 초·재선의원들이 중심이다. 아직 이름까지 밝힐 순 없다. 야당 의원들도 계속 접촉 중이다. 어느 정도 모은 뒤 시작하고 이후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오픈하려고 한다."
- 공부모임의 목표와 내용은?
"우리가 왜 이렇게 분열됐을까를 따져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이 크다. 우리 사회의 공동 목표가 없다. 공부하면서 그걸 찾으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싱크탱크나 경제 단체, 필요에 따라선 국회 내 기구와 같이 움직이려고 한다. 공부가 끝나면 그 내용을 토대로 법안을 만들 계획이다. 정책 간담회도 많이 열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정치인들을 보면 주말에 정책 간담회를 정말 많이 하더라. 우리는 주말에 주로 술을 먹고 조직을 만든다.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는 거다. 학력이나 경력이 뚜렷한 분들도 국회만 들어오면 국민 삶과 유리되는 이유다. 나와 이웃의 아픔과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GDP라는 허상이 아니라 삶의 질에 집중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고 싶다."
-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부재한 그 '목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게 있나.
"그걸 찾는 게 우리의 일이고 나도 찾고 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시한 게 '신한국'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2의 건국'을 제시했다. 뭔가 이대론 안 된다는 거였고, 세계화 속의 새로운 한국을 말한 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을 넘어 '시민'의 역할을 강조해 참여정부를 만들었다. 이후엔 '4대강'(이명박 전 대통령) 뭐 이렇게 돼버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앞선 산업화와 민주화가 물질 중심적이란 점에서 이후 사람 중심, 인간 중심을 말한 건 좋은 포인트지만, 좀 더 물질과 정신의 조화, 그러면서도 국제적으로 더욱 당당한 나라, 이런 것들을 압축하면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같이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