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민 이사장의 페이스북장성민 이사장이 23일 '김정은 사망설'과 관련한 주장을 폈다.
장성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실상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썼다. 근거는 '북한 내부 권력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한 고위급 대북정보통'이다. 북한을 50차례 이상 들락날락한 중국의 대북 핵심 정보통이라고도 부연했다.
장 이사장은 24일에도 '새로운 내용'이라면서 구체적인 소식을 연이어 전했다. 그는 중국 고위 관리의 전언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의 의료진이 북한에 급파됐는데, 이 의료진이 아직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의료진이 김 위원장을 치료하는 건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 이사장의 주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다. 23일 <월간조선>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이 장 이사장의 말을 보도했다.
특히 <월간조선>은 장 이사장이 중국 고위급 간부의 통화 내용을 현실감 있게 재구성했다. 북한의 '최고존엄', 즉 김 위원장의 정보는 신뢰도 판단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장 이사장이 소식통에게 몇 번이고 '김정은 사망설'을 확인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박] "중국 고위 관리와 통화? 불가능" "북한 50번 다녀와? 불가능"
장 이사장의 주장대로 '중국 고위급 간부'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중국 전문가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국 고위급 간부와의 전화 통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 ▲중국 간부가 50여 차례 북한을 오갈 수 없다는 점 등을 들면서 장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장성민 이사장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근거를 가지고 김정은 사망설을 전달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공무원은 우리나라의 공무원과 비교해 국가의 통제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급 간부라면 더 엄격하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당정 고위 간부들의 생일은 일종의 '비밀'로 간주한다고 전해진다. 간부들의 해외출장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1년에 한 번으로 제한된다. 이마저도 당국의 승인과 보고가 필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 고위층은 해외를 자주 다닐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 북한을 많이 오가는 중국 관리는 당 대외연락부나 외교부인데, 이들도 50번씩 북한을 갈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북경대 등 일부 북한전공자가 연구차 북한을 다녀오는 경우가 있을 뿐, 고위 관리자의 해외 이동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과 관련한 건 중국에서도 기밀이다, 중국의 고위층이라고 알 수 있는 정보도 아니다"라면서 "거기다 (장 이사장은) 북한을 여러 번 다녀온 고위급 관리에게 들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간부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장 이사장이 '국제전화'로 김 위원장 소식을 들었다는 데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중국에서 고위급 간부가 당의 허락 없이 '기밀사항'을 통화로 말하겠냐는 반박이다.
익명을 요구한 북중 관계 전문가 A씨는 "중국 간부가 국제전화로 김정은 정도의 소식을 전하려면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라면서 "당국이 허락했다면, 중국이 김정은 사망이 알려지기를 원한다는 건데, 중국 대변인이나 관영매체는 김정은 사망설을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부의 상황을 알고 있다면, 중국 고위급 간부와의 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당 간부의 모바일 메신저까지 통제하고 있다.
2017년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당 간부가 위챗을 사용할 때 언급하면 안 되는 단어, 주제까지 정해서 간부에게 숙지시켰다는 것. 기율위는 중국 공산당 정책비판은 물론이고 중국 당국의 기밀 유출도 언급해서는 안 될 항목으로 못 박았다.
"중국 간부가 김정은 소식을 전화로? 상상할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