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협약식이 열렸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반올림 황상기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권우성
황상기 대표는 "편지의 내용을 뜯어보면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입은 가족들 입장에서 사과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 부실하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이라는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한 표현도 문제"라며 "그 건강유해인자가 무엇이고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이 걸린 백혈병이나 뇌종양 같은 병과 화학약품의 인과관계도 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반도체나 LCD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 담당자들이 작업장 안전을 중시하지 않고 화학약품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병에 걸렸는데 책임자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징계도 없고 사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내고도 거기에 대해 처벌받는 사람도 없고 사과 내용도 이에 맞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노동자들이 계속 반복해서 죽는데도 삼성 등 대기업이 재발 방지나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속 산재가 발생하는데 노동자 안전 문제를 관리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황상기 대표는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은 삼성에서 일을 하다가 치료비 고통이 너무 심해 경제적으로 망하거나 가정이 뿔뿔이 해체된 집도 있고 이혼한 집도 있다"라며 "사과의 시기도 한참 늦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단순히 '고통을 겪으셨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2018년 11월 중재안에 합의했는데 중재 조항 중 하나가 반올림 쪽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이 완료된 때부터 일정 기간 내 개별 사과문을 발송하는 것이었다"라며 "3월 말 반올림 관련 피해자 분들 중에 최종 신청이 보상이 완료됐고 중재 판정에 따라 보낸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과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황 대표의 지적에 대해서는 "중재위원회에서 사과의 내용에 대해서 규정했고 저희는 중재안의 내용 그대로 받아들여서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공유하기
13년 늦게 온 '삼성'의 사과 편지... "이게 사과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