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화초남편이 기르는 화초들
이숙자
남편의 취미는 화초 가꾸는 일이다. 다른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베란다 화초들과 먼저 인사를 하고 돌아본다. 남편의 그런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 나뭇잎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져주고 누런 잎이 없나 보살 피면서 애정을 듬뿍 주고 있다. 사랑을 주는 만큼 식물들은 꽃을 잘 피우고 잘 자라 준다.
그냥 자라주는 건 아니다. 식물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 적당히 건조한 걸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식물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사람도 성격이 다르듯 식물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시간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하는 식물도 있다. 언제 꽃이 피려나 하고 조급함을 보이기 보다 가만히 거리를 두고 기다리면서 바라보아야 피는 꽃도 있다.
어쩌면 사람 관계와 닮은 면이 많다. 사람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가시에 찔리듯 때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기다려 주고 바라보아 주면서 그리움을 간직할 때 진정한 우정이 오래가는 경우다. 담담히 기다리는 지혜를 꽃나무를 키우며 배운 게 된다. 격리 생활로 날마다 답답한 일상을 화초들이 자라는 것에 활기가 느껴진다.
남편은 매년 봄이면 화분 분갈이를 해주고 봄을 맞는다. 꽃마다 성질에 맞도록 물주는 날을 탁상 달력에 적어놓고 물을 주며 식물을 키우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남편이 직장을 퇴직하고 자녀들이 결혼하고 곁에서 다 떠나게 된 후 허전한 마음에 베란다에 꽃나무를 들이기 시작했다. 평소 집안에 물건을 잘 들이지 않는 성격을 지닌 남편은 꽃나무 사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은 날마다 살아가는 공간이 있다. 그 속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고 즐기고 산다. 나만의 여유와 자율 공간을 가지기를 원한다. 남편은 거실과 베란다가 자기만의 공간이다. 누구의 간섭도 허용이 안 되는 공간, 거실에 가구를 들이기보다도 꼭 필요한 물건과 화분 몇 개를 놓고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