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황교안 "총선 결과 책임지겠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나서고 있다.
남소연
"TK(대구‧경북)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나와서 뭐하겠나."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정진석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5월에 한 말은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은 '보수 야당'을 심판했다.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세 번의 큰 선거를 내리 졌다. 2016년 새누리당 간판으로 치른 20대 총선에서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긴 때부터 보면 무려 네 번의 선거에서 연속으로 패배했다.
16일 오전 4시 현재, 통합당은 지역구 85석,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 가량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석수만 헤아리면 개헌 저지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수도권 격전지에서 대부분 패배하며 지지 기반이 대구‧경북 지역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며 부산‧경남 지역 일부를 탈환하는 등 선전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론조사 불신하며 혁신 기회 놓쳐... 막말 등 리스크 관리 실패
사실 통합당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코로나19가 총선판을 장악하며 '이슈 블랙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방역 관리에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통합당은 대안 세력이 되는 데 실패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을 중심으로 '반(反)문재인'의 깃발을 들었지만, 코로나19 정국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여당의 일부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격도 해봤지만, 자신들의 이슈로 가져오지는 못했다. 오히려 '반대만 하는 당' '발목 잡는 당'으로 낙인만 찍힌 셈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치솟았고, 민주당 지지율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으로 지지율이 밀렸다. 그러나 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론조사 불신론'에만 불을 지폈다.
보수 혁신 실패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는 통합당의 패배 정도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라며 "통합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큰 요인은 촛불 민심이 요구한 보수의 성찰과 쇄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단순히 통합당만 심판한 것이 아니라 가치와 담론 등 보수의 A~Z까지 모두 심판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등이 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통합했지만, 이는 물리적 결합에 그쳤다. 여당과의 1:1 구도를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다. 이는 '공천 파동'으로 이어지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중도 사퇴까지 발생했다. 당 지도부는 일부 논란이 있는 인사들을 무리하게 공천하며, '이기는 공천'과 '혁신 공천' 모두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