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다음으로 특수단의 공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초계기, 헬기 등 항공 구조세력은 세월호 내 승객 인원이 몇 명인지도 모른 채 현장에 도착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현장에는 B511, B512, B513호기라는 헬기 3대와 B703이라는 초계기가 도착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했던 헬기는 바구니를 내려서 한 명을 헬기에 태우고, 다시 바구니를 내려서 또 한 명을 헬기에 태우는 방식으로 헬기에 5, 6명을 태우고 그 다음에는 인근 서거차도에 구조한 승객들을 내려다 주고 다시 세월호로 돌아오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방식의 구조행위를 통해 총 35명의 승객을 서거차도로 옮겼습니다.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이 100명만 넘어도 채택해서는 안 되는 구조방식이었던 것인데, 당시 세월호 안에는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공 구조세력들은 한 목소리로 세월호 안에 많은 수의 승객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에 그와 같은 구조방식을 채택한 것이고, 만약 알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서 승객들을 퇴선시켰을 것이라고 기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특수단 역시 그러한 기존 수사결과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항공세력이 세월호에 많은 수의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으려면, 항공기에 탑승한 해경들은 다음의 세 가지 관문을 모두 동시에 통과해야 합니다.
첫째, 해경 상황실에서 항공 구조세력에게는 세월호 승객수를 철저히 숨겨야 합니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123정을 출동시킬 때 세월호 승객수를 이야기해 주었고 10여 분 뒤에는 더욱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511, 512의 소속기관인 서해청 상황실이나 513의 소속기관인 제주청 상황실이 세월호의 승객수를 헬기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아야만 헬기에서 세월호 승객수를 모를 수 있습니다.
둘째, 항공기가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VHF, SSB, TRS 등의 교신장비에서 세월호 승객수와 관련된 내용들이 여러 번 나오는데 이 모든 교신을 듣지 못해야 합니다.
셋째, 항공기에 탑승했던 모든 해양경찰들이 거대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그 안에 많은 수의 승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관문을 동시에 통과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특수단은 가능하다고 보았거나 아니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기되는 두 가지 의문
적어도 이번 공소장을 봤을 때 특수단은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특수단이 출범 이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였고, 전·현직 해경 직원과 고소·고발인, 참고인 등 100여 명에 대한 조사를 했음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광주지검의 수사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일한 사실관계를 가지고 2014년에는 123정장 단 한 사람만을 기소하였는데 반해, 이번에 특수단은 10명 이상을 기소한 것인데,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2014년 광주지검의 수사든 이번 특수단의 수사든 세월호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는 부실한 수사였다는 것입니다. "백서를 쓰는 심정", "모든 의혹을 밝힌다는 각오"와 같은 호언장담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입니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2014년 광주지검은 정권 눈치 보느라 제대로 된 기소를 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번에 특수단은 체면치레를 위해서 해경 지휘부 정도는 기소를 했던 것입니다. 혹자는 그래도 2014년 광주지검보다는 이번 특수단이 나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월호의 본질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수의 사람을 기소한 것이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할 문제입니다.
설령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123정장 외에 몇 사람이 더 형사처벌을 받은 것일 뿐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유죄 판결이 내려지든 무죄 판결이 내려지든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나중에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다시는 해경 지휘부를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유죄든 무죄든 이번 재판이 끝나면 해경은 사실상 세월호를 완전히 털어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수단이 출범하는 순간부터 우려하던 바로 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무력감을 느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2017년 1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인양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권우성
하루 아침에 304명이 사망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촛불로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새롭게 정권이 들어선 지 3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 진상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데모크라시)의 본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스어의 '데모스'는 민중, 또는 인민이라는 의미, 그리고 '크라티아'는 말하자면 '힘'입니다. (…) '크라티아'라는 것은 사람들이 모인 결과로 나오는 힘입니다. 대세를 이루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함께할 때의 힘인 것입니다. 즉,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는 민중, 또는 인민에게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큰 모순입니다(더글러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120쪽)."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촛불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일지 |
2019년 11월 6일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 방침 발표
11월 11일 특수단 공식 출범
11월 22일 특수단, 해경 본청, 서해청, 목포서 등 압수수색 시작
12월 12일 특수단, 감사원 압수수색
12월 26일 특수단, 세월호 선장 및 1등 항해사 조사
12월 27일 특수단, 김석균 해경청장 조사
2020년 1월 6일 특수단, 해경 지휘부 등 6명 구속영장 청구
1월 9일 구속영장 기각
2월 18일 해경 지휘부 등 11명 불구속 기소
4월 20일 첫 공판준비기일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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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찾고자 꾸준히 공부해 온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대학원생, 프로그래머, 주부, 교사, 물리학자, 변호사, 선체감독, 프리랜서, 로스쿨생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hello@416citiz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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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세월호 특수단의 '공소장', 새롭게 밝힌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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