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방화문과 소화전 앞 장애물 적재 사례안전보다 통행 편의성을 우선시하여 방화문은 소화기로 닫히지 않게 고정되어 있으며, 신속한 사용을 위해 앞을 비워두워야 하는 소화전 앞에는 물건이 적재되어 있다.
정재성
2년 전 쯤 모 학원에서 방화문 앞에 적재된 물건과 원래 위치에서 구석으로 옮겨진 소화기를 보고 학원 관계자에게 시정을 요청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학원 관계자는 방화문 앞의 물건은 공간이 없어서 치울 수 없으며, 구석으로 옮겨진 소화기는 원위치에 비치할 경우, 다른 물건을 놓을 때 방해가 되고 현실적으로 원위치에 비치하는 것이 힘들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편의'가 '안전'보다 우선시 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안전불감증이 나은 결과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전에 위협이 되기에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의성과 기타 여러 이유로 안전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안전에 있어서는 무타협 원칙 고수해야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협이 불가하고 필수적으로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안전에 있어서도 안전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타협하지 않는 '무타협 원칙'을 고수한다면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 화장실 출입 시 마다 문을 열고 닫는 것이 불편해도, '문을 열어놓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는 없다'라는 타협 불가능 한 원칙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화장실 사용 시 문을 닫는다. 이는 문명 사회의 구성원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유동인구가 많아서 매번 문을 열고 닫는 것이 힘든 명절 연휴 휴게소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건물에서, 화재 시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소방 법령에 따라 방화문을 닫아 놓고 사용할 것을 요청하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현실적으로 방화문을 닫을 수 없으니 현실을 이해해달라"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안전'을 경우에 따라서 '편의와 타협 가능한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
안전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현실적인 편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타협 원칙'으로 지켜나간다면, 불편해도 방화문을 닫고, 수납공간이 없어도 비상계단에 물건을 놓지 않는 선진 시민의식으로부터 비롯된 행동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한번의 대형 재난이나 사고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Living is easy with eyes closed, misunderstanding all you see."
(눈을 감고 사는 것은 편하다. 네가 본 모든 것을 잘못 이해하면서)
위 구절은 비틀즈의 노래 가사 일부이다. 일반적인 노래 가사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노래 가사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안전 불감증과 인권 침해 문제를 포함해서 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 인권 등 우리의 삶에 관련된 많은 이슈에 대해서 눈을 감고, 우리가 봐야할 것을 보지 않는다면 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을 감으면, 그 사회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발전하고 진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눈을 크게 뜨고, 문제점을 제대로 직면하여 의식과 행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면, 제 2의 세월호 참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안전 때문에 눈물 흘리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변화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2020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6주기이다.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고 변화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되어 있는지 반성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난의 결과가 참사가 될지 기적이 될지는 우리의 행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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