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 2명을 포함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청도대남병원 주위를 방역차가 소독하고 있다.
조정훈
과연 정신병동에서 집단감염사례가 이다지도 많이 발생하는 것이 우연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 <
코로나19 소식에 너무 몰두하지 마세요> 라는 글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신체건강 돌보기가 곧 마음건강 돌보기이고, 마음 건강을 살피는 것이 신체건강을 챙기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장기입원 환자분들이 다수인 정신병원에서는 몸의 건강을 살피기가 쉽지 않습니다. 폐쇄된 환경으로 인해 하루 한 번 햇볕을 쬐기도 쉽지 않습니다. '병원' 안에 있지만 몸의 상태에 대해 정기적으로 적절한 돌봄을 받거나 관리를 받기 어렵습니다.
지역사회 감염 국면으로 전환된 요즘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병동에서 장기 입원을 감당하신 수많은 전국의 정신장애 당사자분들은 코로나19 한참 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해왔던 분들입니다. 코로나19가 그들의 삶 속으로 침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과연 그분들의 삶에 얼마나 주목했을까요? 그분들을 아프게 하고 돌아가시게 하는 바이러스가 우리들에게도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없었다면 폐쇄되고 밀집한, 환기도 잘 안 되는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려 했을까요?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적어도 정신보건 영역에서의 뉴노멀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신장애인들의 마음건강만큼이나 몸의 건강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정신보건의 영역에서 혁신을 추구해온 나라는 이탈리아입니다. 1978년 '바살리아법'(Basaglia Law) 제정 후 모든 정신병원의 신규입원을 금지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 체계를 확충해나갔습니다. 지역 정신보건센터가 기반이 되었고, 주거 시설을 확충해갔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지역사회 공동체와 연계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급성기 정신질환의 치료는 종합병원의 입원 병동에서 담당하여 단기간 몸과 마음의 돌봄을 함께 제공합니다.
청도대남병원과 제2미주병원 사태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몸의 돌봄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행히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음압병동이 존재하여 코로나19 경증 감염 환자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 환자라 해서 정신질환만 고치면 될 것이 아닙니다. 정신과 약을 장기 복용하면 약물의존이 염려될 뿐 아니라 인지기능의 저하, 근육계통의 부작용,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같은 대사장애의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사회적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신체적 기능은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의 감염이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들과 우리의 삶은 닿아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의료는 없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습니다. 4월 12일 기준으로 확진자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15만2271명이고 사망자는 2만 명이 넘는 미국의 뒤를 이어 1만9468명입니다. 혹자는 공공의료를 추구하는 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졌다고 하며 의료의 공공성 자체를 깎아내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탈리아의 의료는 공공의 비중이 높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재정으로 인해 의료 관련 예산을 심각할 정도로 삭감합니다. 이로 인해 병상 수, 중환자 병상 수가 줄어든 것이지요. 고령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한데 고령화 비율은 23%로 세계 2위입니다. 첫 발병 환자의 진단이 늦었던 것도 큰 피해로 이어진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관련 기사:
이탈리아 덮친 코로나, 핵심은 '고령화'가 아니다 http://omn.kr/1mw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