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낮 대형 여객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접안해 있는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부두에 일본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있다. 2020.2.11
연합뉴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강제적인 봉쇄 없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비교적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을 하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진짜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밭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호기심에 1500원짜리 공적마스크 2장을 사 본 것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의 전부인 소득 하위 20%의 빈농(貧農)인 저 역시 졸지에 선진국의 빈농(貧農)이 되었습니다.
심야의 대치동 학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과 그들을 데리러 나온 고급 승용차들, 코로나19 와중에도 하루 손님 500명이 된다는 대형 룸싸롱 'ㅋㅋ&트렌드',
예배의 본뜻이 살지 않는다며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 겨우 얻은 선진국의 명예를 "삼일천하"로 만들려는 시도들을 저지해 "진짜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지역축제가 취소되면서 그간의 관광객들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비로 지역경제가 산다고 착각하며 놀러 다녔지만 실은 그들의 소비는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었으며 그들을 맞이하기 위한 비용을 영세상인과 빈농에게 나누어주었다면 지역경제가 훨씬 좋아졌을 것입니다.
"진짜 선진국"의 관광객이라면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놀러다니지 않으며 탄소배출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중 차별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객 없이 노래하는 가수들, 관중없이 경기하는 운동선수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집에서 콘서트와 운동경기를 즐기는 사람들. 이미 현실화 된 4차산업혁명의 시대. "진짜 선진국"의 문화생활 모습입니다.
지난 2월 '가장 높은 이들의 궁전'이란 뜻의 교황청 소유의 '팔라초 밀리오리'(Palazzo Migliori)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노숙자 쉼터로 바뀌었습니다.
노숙인 쉼터 개축을 담당한 교황청 자선소 담당 사제는 '팔라초 밀리오리'(Palazzo Migliori)란 궁전 이름이 "여기에 머물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면 딱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진짜 선진국"의 인간에 대한, 빈민에 대한 예의입니다.
교회의 현장예배 없이도 능히 부활하실 예수에게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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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아침에 생각하는 코로나19와 진짜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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