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화상을 통해 ‘교복 입은 시민의 첫 선거’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성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한 번 볼까요? 대한민국의 (ㄱ)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ㄱ)은 무엇일까요?"
온라인 개학 첫날인 10일 오후 1시 20분, 서울 휘봉고 민주시민생활교육부 교무실. 이 학교에서 <사회문제탐구> 교과를 온라인 실시간으로 가르치던 조현서 교사가 고3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다. 모니터에 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다.
온라인 개학, 제일 먼저 답변한 학생의 정체는...
▲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시리(Siri)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유성호
확성기에서 곧바로 한 여학생의 또랑또랑한 목소리 답변이 나왔다.
"예. 알겠습니다! 웹에서 대한민국 군법(헌법?) 한 번 볼까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대한민국의 ㄱ은..."
조 교사는 이 답변을 서둘러 끊었다. 그러더니 "시리(Siri)야 그만! 나는 여러분인 줄 알았는데 제 옆에 있는 (핸드폰 속) 시리가 응답을 하고 나섰습니다."
모니터 너머에 있는 학생들도 낄낄대고 웃었다. 이 수업을 위해 만든 단톡방 채팅창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다다닥 붙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리 신 났어, 시리 똑똑 하네, 대박, 시리를 대화에 껴줘요, 지가 사람인 줄 알아, 조련하셨네요, 너무 재밌어요 ㅎㅎ, 선생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이날 원격학습에 참여한 학생은 이 학교 3학년 3개 반 56명. 조 교사 등 이 학교 사회과 교사들은 협력수업 방법을 궁리하던 중 서로 할 일을 나눠 이날 처음 선거교육을 실시했다. 사전투표일 하루를 앞두고서다. 이 학생들 가운데 1/5 정도가 올해 처음 선거권을 갖게 되는 만 18세 학생들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5분 정도 조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안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원격학습 참여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