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무소속 예비후보가 3월 24일 오후 수성4가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조정훈
그보다 이틀 앞선 3월 27일, 북한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관한 언급을 했습니다. 이 매체는 '칼날 검사의 배(뱃)심'이라는 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대구시를 덮쳐버린 속에 미래통합당에서 탈당한, 아니 쫓겨난 홍준표 전 대표가 끝끝내 무소속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선전매체에서 한 이야기를 한국언론은 보도할까요? 합니다. 3월 29일 <우리민족끼리>의 보도는 지난 1일 <세계일보>가 다뤘습니다. 3월 27일 <메아리>의 소식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총 9개 매체가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보수진영의 분열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어떤 문제가 있냐고요? 북한 선전매체가 원하는 것이 어쩌면 '한국 언론의 인용보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은 보지 못하는 '선전매체'
북한 선전매체가 왜 남한의 총선과 정치인에 비난성 왈가왈부를 했을까요. 사실은 그게 선전매체의 역할입니다. 대남 선전 활동의 측면이죠. 북한의 체제 선전을 하려면, 한국을 깎아내릴 필요도 있으니까요.
통일부는 2018년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선전매체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50여 개의 선전매체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요. 북한 대남담당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2003년에 처음 생겼습니다.
대남 선전매체들을 관리하는 건 보통 북한에서 대남 접촉을 하는 기관인 경우가 잦습니다. 남측 민간단체 접촉 창구인 민족화해협의회의 <려명>, 통전부 산하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류경>, 아리랑협회의 <메아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남측에 선전활동을 한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문제를 자주 걸고넘어지지요. 물론 사회 이슈도 다룹니다. 지난 3월 29일 북한의 선전매체는 'n번방 성착취 사건'을 언급하며 "남조선은 타락이 일상화된 사회"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등 관영매체보다 표현이 과격하고 주장이 거침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선전매체의 언급을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선전활동 정도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에 기반한 이런 선전매체의 기사를 볼 수 없습니다. 관영매체 <로동신문>이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게끔 평양 시내 곳곳 게시판에 설치된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선전매체는 북한 주민 보라고 있는 게 아니다, 철저히 대외용"이라며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선전매체는 남한 사회의 분열을 지향한다, 남한을 비난하는 게 북한의 오래된 통일전선전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전매체에 나온 기사를 북한의 공식 입장인 듯 보도하면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선전매체의 보도를 '인용'할수록 북한이 더 우리 언론을 신경쓰며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우리가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받아쓰면 북한은 '남한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것"이라며 "선전매체들은 4.15총선까지 논평부터 만평 등을 통해 한국의 총선을 자주 입에 올릴 거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관영매체=북한의 공식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