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16 조선민화 책거리. 19세기. 높이 128.4cm. 일본민예관.
일본민예관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선 민화 책거리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야나기 무네요시' 전을 연다. 이때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1889∼1961)가 수집한 조선 민화 책거리 두 점이 우리나라에 온다. 〈사진6〉은 그 가운데 하나다. 흔히 이런 그림을 '책가도'라 하는데, 책가도는 '책거리'와 다르다. 책가도는 중국 책가도병풍 그림을 보고 조선 궁궐 화가들이 따라 그린 그림인데, 책장과 선반에 책과 기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그림을 말한다.
그에 견주어 책거리는 〈사진6〉처럼 책장과 선반이 없이 만병을 중심에 놓고 책갑(冊匣=책 케이스)과 책, 그밖에 여러 기물을 자유롭게 놓고 그린 그림이다. 문제는 이 그림을 '책'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만병(滿甁 찰만·항아리병)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만병을 중심으로, 이 만병에서 이 세상 만물이 태어나는, 만병에서 말씀(言=책=진리) 또한 비롯한다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갑골 위상(二)과 말씀언(言)의 기원 문제이기도 해서 여기에 낱낱이 밝히지는 못하고 조선미술사 민화 편을 다룰 때 아주 자세히 논할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 민화 책거리를 보고 《민예民藝》(제80호) 지에 〈불가사의한 조선민화〉(1959)를 발표한다. 그는 꽤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 민화를 본 순간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 어디에서 이런 아름다움이 솟아나는 것일까? 이것은 너무 불가사의해서, 솔직히 말하건대, 꽤 안다고 하는 나도 이삼일을 생각다 못해 지쳐 버렸다.
이 민화는 야나기 무네요시 같은 세계적인 미술사학자가 이삼일 동안 집중해서 봐도 전혀 알 수 없는 그림이었다. 그는 지쳐버렸다고까지 한다. 그리고 이 책거리 민화를 일러 "매우 독창적이고 다른 나라에서 그 예를 조금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그림"이라고 한다. 그는 한중일에서 '세계미술'을 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주 솔직한 자세이고 태도이다. 그의 말마따나 분명한 것은 세계미술사에 이런 책거리 그림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