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인뉴스
충북여중 성폭력 가해 교사들이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및 법정구속, 벌금 300만 원과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두 교사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은 2차 피해는 심각했습니다. 가해 교사의 협박이 담긴 음해 편지, 동료 교사와 가족의 협박과 회유까지. A를 비롯한 학생들은 2차 피해를 감당하며 재판에 임해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 한두 명 처벌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자신들이 고발한 교사가 아무런 처벌 없이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 있다고 전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교직사회와 학교, 교육청의 방관과 묵인이 학교를 '그래도 되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충북인뉴스>가 충북 스쿨미투 잔혹사 '1부-교복을 벗고 법정에 서다' 후속으로 '2부-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연재합니다. - 기자 말
스쿨미투 이후 힘들게 안정을 되찾은 A. 그의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교사가 재판을 받는다는 소문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받아 갔다는 이야기도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 모든 건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었다. 충북여중 성폭력 피해 조사를 진행했던 학교도, 교육청도, 경찰도, 누구 하나 A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 재판을 둘러싼 '카더라'식 소문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지내던 A를 집어삼켰다.
그 무렵 A는 졸업생으로부터 SNS 메시지를 받았다. 스쿨미투 운동을 같이 한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 A와 친구들은 재판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A의 친구들은 "너무 무섭다"며 벌벌 떨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해 교사 측이 어떤 일을 꾸미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A와 친구들은 더 공포스러웠다. A는 "들려오는 이야기의 진위 여부도 파악할 수 없었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며 "고립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날벼락
2019고합000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강제구인할 수 있으며, 과태료를 부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위 사건의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귀하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신문하게 되었으므로, 아래의 일시, 장소에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A 앞으로 증인소환장이 도착했다. 난생처음 받아든 종이 한 장의 무게는 무거웠다. 법원이 보낸 서류에 쓰인 용어들은 A에게 너무 낯설었다. A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의 진위를 이런 방식으로 확인했다. 왜 나오라는 건지, 가서 무얼 해야 하는 건지, 법원에 갔다가 가해 교사를 마주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갑작스레 자신에게 날아든 증인소환장에 두려움을 느낀 건 A만이 아니었다. 수사나 재판 진행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학생들은 집으로 배달된 증인소환장에 몸을 떨어야 했다. 지난 2018년 스쿨미투 당시 가해 교사 처벌 의사를 밝혔던 피해 학생들은, 재판이 시작되면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에도 듣지 못했다.
충북여중 가해 교사 재판에 선 또 다른 학생 B는 "증인소환장을 받게 돼 엄청 갑작스럽고 놀랐다. 한번도 재판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서웠다"고 전했다. B 역시 가해 교사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자신에게 증인소환장이 날라올 것이라는 점도 알지 못한 채 소환장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