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기사내용과 무관)
piaxbay
"뉴스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돌아가신 분들의 소식을 들으면 혹시 오늘 내가 만났던 고객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코로나19로 당장 전기료, 수도료를 못 내서 생활 자체가 막막하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난달 27일 금융회사 직원인 김아무개(36)씨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소 지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2금융권에서 근무하는 그는 대출을 연체한 소비자에게 전화해 빚을 갚으라고 말하는 채권추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출을 연체한 사람 중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산을 그 이유로 들었다고 김씨는 털어놨다.
그는 "10명의 채무자와 통화하면 그 중 9명은 코로나로 인한 수금지연, 무급휴가, 실직을 연체사유로 든다"며 "지난번 힘들게 돈을 빌려 빚을 갚았던 고객들이 더 큰 한숨을 쉬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라면 사먹을 돈 없다는 사람도..."
그러면서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채권추심 업무 중 듣게 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전했다. 그는 "신용대출로 화물차를 사고 새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줄어서 아침마다 눈을 뜨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머니들의 경우에는 보통 식당에서 일을 많이 하는데, 요새 장사가 거의 안 되니 사장이 그냥 무작정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며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라면 하나 사먹을 돈도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그는 "'죽고 싶다', '도둑질이라도 하고 싶다',' 장기라도 팔고 싶다' 이런 얘기도 수도 없이 듣는다"며 "이게 얼마나 절실한 절규인지 체감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채권추심의 강도는 종전과 그대로였다. 연체 기간과 횟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금융사 직원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통 채무자 1명에게 하루 4~8번 정도 추심 전화를 걸게 된다.
김씨는 "그런데 지금 같은 시기에 평소와 같은 기준으로 추심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의 이익에 대해 나라에서 제재하기는 어렵겠지만, 채무자들도 국민들이고 정말 힘겨워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늘었다. 그는 "'이런 시국에 이렇게까지 추심을 해야 하냐', '전 국민이 힘든 상황을 너희들은 모르냐', '요즘 같은 때에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물론 이런 불만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10명 중에 3명 정도가 그런 얘기를 했다면,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며 "월급 받아 생활하는 사원일 뿐인 저는 그런 고통을 알면서도 채무자에게 다른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추심 횟수 똑같아
김씨가 일하는 금융사의 경우 직원 1명당 하루 100~150명의 채무자에게 추심 전화를 건다. 채무자 1명에게 4~8번 가량 추심을 진행하면서 매일 최소 400번의 통화를 하게 되는데, 이 때마다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추심에 대한 불만을 묵묵히 들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