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환경부는 현수막 재활용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환경부
수십 년간 선거철마다 문제로 지적된 현수막을 일부 기초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수거해 앞치마, 화분, 선풍기 덮개, 줄넘기 등을 만들어 학교나 복지시설에 기증하거나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환경부는 '선거현수막 재활용 시범사업'으로 서울 노원구, 금천구와 함께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 20만 개를 제작했다. 재활용을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 시도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노원구는 재활용한 장바구니를 배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노원구 자체 재활용 행사 시 홍보물과 함께 배포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19~20대 총선에서 재활용 업체 2곳을 선정해 각 구에 폐현수막 제공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강제력이 없어 현수막 대부분은 폐기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은 대통령선거, 교육감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제작한 적이 있다. 공약을 기억하는 취지와 함께 재활용의 의미를 잘 살린 사례이다. 그러나 모든 현수막을 장바구니로 만들 수는 없다. 현수막 재활용 제품은 판매처가 확보된 양만큼만 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쓰레기일 뿐이다. 세척과 제작에 드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수요 없이 제품을 제작할 수는 없다. 현수막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현수막은 보통 폴리에스터의 재질에 인쇄하여 제작시 잉크가 묻어나올 수 있어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하더라도 질 좋은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일부 재활용되는 현수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각처리 된다. 현수막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환경을 생각해서 만든 에코백이 넘쳐나 이제는 에코백이 에코백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텀블러, 에코백은 집집마다 서너 개 이상은 가지고 있다. 현수막을 재활용한 장바구니는 수년 전까지는 재활용 취지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아름답고 잘 만든, 내 취향에 맞는 장바구니가 넘쳐나는 시대다.
넘쳐나는 종이 인쇄물
선거에서 사용하는 종이 인쇄물로는 후보자의 선거벽보, 후보자별 선거공보물, 공보물 봉투, 투표용지 등이 있다. 각 후보자들은 공직선거법,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인쇄물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벽보는 규격과 재질이 규정되어 있지만 선거공보물은 규격만 규정되어 있다. 종이 종류와 무게에 대한 규정이 없다.
투표용지는 전자개표를 도입하면서 납품규격이 의무화되어 2개 제지사만이 납품하고 있다.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자개표 시에도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한솔제지는 재생원료 비율을 30~50%로 하여 제작한 종이를, 무림제지는 저탄소 인증을 받은 종이를 납품하고 있다. 투표용지 제작은 시군구선관위가 인쇄소를 선정하고, 제지사는 인쇄소에 종이를 납품하는 시스템으로 나누어져 있다(사전투표시 사용하는 롤용지는 별도 제작한다).
투표용지를 제외한 기타 선거벽보, 선거공보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종이질에 대한 규정이 없어 후보자가 특별히 재생종이를 찾지 않는 한 인쇄소에서 선택한 종이를 사용한다. 재생종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선택받기 어렵다. 공급보다 수요가 적어 일반 제지시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이 선택에 있어 단지 가격만이 아니라 환경도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환경부에서는 1톤의 폐지를 재활용할 경우 CO₂ 1070kg, 대기오염물질 약 95% 저감, 물과 전력의 28~70%를 절약할 수 있다고 2010년에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폐지 1톤을 재활용하는 경우 30년생 나무 약 20그루를 벌채하지 않아도 되는데 "30년생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축적하는 1톤의 CO₂ 흡수량과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 및 기타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폐지의 재활용은 단순히 원료를 저감하는 그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고 밝히고 있다.
투표용지를 제외하더라도 선거공보물 8000여 톤을 재생종이로 사용한다면 30년생 나무 16만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 또한 재생종이로 다시 만드는 물과 에너지를 감안하더라도 폐지 재활용에 따른 CO2 감축, 물과 전력 에너지의 절약효과는 매우 높다.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