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강제방학이 길어지고 있다. 때마침 휴직해서 다행이지 일하고 있었으면 이 긴 시간을 어쩔 뻔했나 싶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아이들과 하는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초반은 시골에 있는 친정을 오가며, 이런 시국에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심정으로 자유롭게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공부 습관이 걱정되었다. 이렇게 놀기만 하면 안 될 텐데, 정기적인 학습 거리가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도중 EBS에서 시행한다는 2주 라이브특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는 EBS에서 시행한다는 2주 라이브특강을 보며 신나했다. ⓒ 이숙례
처음엔 '이거라도 들어야지 어쩌겠어'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의자에 앉혔다. '개학이 연기돼서 수업을 들어야 해'라며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아이는 오전 9시면 책상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아이가 첫 수업부터 흥미를 느꼈다. '30분 수업, 20분 휴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학습 시간이 길지 않은 게 지루해하지 않는 포인트였다. 강의하시는 선생님들도 재미있었다. 게다가 또래의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댓글은 아이에게는 신세계인 듯했다.
강의를 들은 첫 시간에 아이는 "엄마, 여기 있는 애들은 우리 초등학교 애들이야?"하고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전국적으로 개학이 미뤄진 거라 전국에 있는 애들이 다 듣는 거야"라고 대답하자 "우와"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나마 학원으로 인해 아는 친구가 자기 초등학교에 국한되지는 않았지만 인맥이 우리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먼 지역에 있는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강의하는 선생님은 강의 도중 아이들이 다는 댓글에 적절히 반응해주셨고, 잘 대답한 사람은 칠판에 써주기도 했다. 아이는 신이 났다. 문제를 내면 제일 먼저 답하기 위해 집중했고, 아는 이름이 댓글 창에 올라온 걸 보면 나를 부르기도 했다. 이름 중 한자가 별표 처리되어 그 이름이 정확히 그 아이인지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엄마 **이가 금방 댓글 달았어"하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똑같은 시간에 라이브로 수업을 한다는 건, 이미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물론 다시 보기를 통해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 시간에 참여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댓글을 통한 선생님과 아이들과의 소통, 같은 시간에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유대감은 라이브만의 특권인 듯하다.
다만 1학년인 둘째는 첫째처럼 라이브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첫째가 수업을 들을 때 둘째는 갈팡질팡했으나 다음 주부터는 라이브가 아니더라도 1학년을 위해 마련된 방송을 맞춰서 보여줘야겠다 다짐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야 하지만, 내가 미리 세팅해 놓는다면 우리 둘째도 첫째처럼 그 시간에 수업하듯 들을 수 있겠지?
옛날에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영화나 만화를 보면 화상 수업이 나왔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화상수업을 하는 것. 그게 이제 현실화된 것 같아 신기한 느낌이었다. 4월 6일 정상적으로 개학할 경우 혹시 모를 집단 발병에 대책으로도 적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이트가 이런저런 학습을 할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힘든 시기이지만 아이와 24시간 붙어 서로를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 사이트를 골라 영상을 보고 스스로 계획을 짜서 학습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나처럼 그렇게 하기 힘든 부모는 라이브 방송으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다.
가까이서 아이의 학습 태도도 볼 수 있고, 라이브 수업이 끝나면 그걸 매개로 또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나에겐 정말 고마운 정책이다. 하지만 더 좋은 건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되어 학교에 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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