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n번방 사건'이 대화 소재로 자주 올라오곤 한다.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가 들썩이는 지금,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대표적이다.
인식적인 측면에서 성찰할 부분도 많아 보이지만, 정책의 영역에서도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법의 양형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은 정도가 자극적이라는 점만 다를 뿐, 한국 사회에서 늘 벌어지고 있었던 디지털 성범죄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양형기준 마련과 관련 정책 개선 시급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양형기준 마련'이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 보통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하여 일반적인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는 것도 양형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일종이었던 '다크웹 사건'에서 운영자가 징역 1년 6개월형만 받은 사례가 있다.
앞서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는 2020년 상반기에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설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번 'n번방 사건'이 일어나면서 더더욱 그 필요성이 강조되는 중이다. 양형위는 양형기준을 두고 "범죄의 발생빈도가 높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의 양형기준을 우선 설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형위는 2019년에도 여러 차례 전체 회의를 열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이 다수 포함된 만큼 양형위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의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사실 디지털 성범죄 자체에 대한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합의는 사법부 내에 생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