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에 대한 생각>을 읽으면서, 부추전을 부쳤습니다. 엄마가 보내주신 봄 부추와 오징어 한 마리를 넣어서, 부추전을 부쳤습니다. 부추 한 단을 다듬고 오징어를 데쳐서 썰어 넣는 과정들을 거쳤더니, 토요일 하루가 훌쩍 지나갔네요.
이창희
저자의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책의 표지에도 쓰인 것처럼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이 갈수록 가난해지는' 이유를 찾아가는 고민의 기록이다.
코로나19가 의도치 않게 선물해준 시간 덕분에 요리를 할 수 있는 여유와 필요를 갖게 된 지금, 이런 고민을 나누게 되어 다행이다. 만약 지금이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요즘이 아니었다면, '좋은 얘기지만, 난 바빠서' 하며 그냥 넘겨버렸을 테니 말이다.
물과 공기가 그렇듯 식품도 5분마다 새롭게 바뀔 필요가 없다. 어쩌면 오늘날 식품 트렌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쁜 현대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즐거움과 건강을 모두 챙기며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가 같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일 수 있다. 기초적인 사실을 무시하면서 식단 관련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것에만 매달리는 데에는 다소 불안정하고 정신없는 면이 있다. 이는 식의 변화를 너무 많이 경험해서 가끔은 무엇이 음식인지조차 잊은 것처럼 보이는 세대의 행동이다. (291~292쪽)
저자에 의하면, 인류의 식생활은 크게 다섯 단계의 큰 변화를 겪어왔다. 첫 번째 단계는 원시의 수렵·채집이었고, 두 번째 단계가 정착지에서 농업 생산에 기반을 둔 식생활이었다. 인류가 농업에 의존해 식량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영양 결핍성 질환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생산성을 늘리고 육류 생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화하면서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저자는 이 시기를 '기근 감퇴'의 시기라고 명명했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식재료가 공급되기 시작했으나 다양한 '나쁜 음식' 또한 공급되기 시작한 시기라는 것이다. 기근을 다스리고 풍부한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산업화된 농업이나 축산업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가축 전염병이나 유전자 조작식품 등의 논란을 가져왔다. 몇 년 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수많은 생명을 생매장해야 했던 기억이 겹쳐졌다.
그렇게 인류는 '세계의 음식이 동질화'되는 네 번째 단계로 이동했다. 다섯 번째 단계는 식생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의 변화' 단계라고 구분한다.
지구상의 국가들은 국가의 발전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단계의 식문화를 수용하고 있는데, 소득 수준이 낮고 개발이 뒤처진 나라일수록 세 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게 되며 나쁜 식생활에 의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식생활 문화에서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약자들은 계속 더 약해져야 하는 악순환이 씁쓸하다.
가끔은 뒤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105쪽)
저자는 1920년대 독일 북서부의 베스트팔렌 지역 직조공들에게 허용됐던 90분의 점심시간을 부러워하고, 할머니 시대부터 전해내려오던 전통적인 식생활을 그리워한다. 맛 좋고 당도도 높았던 '그로미쉘' 바나나가 파나마병으로 멸종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필요한 열량만 채워주는 정제 설탕이나 '맛없는' 대두유의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가난한 가정에서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영양 고려 없이 튀겨진 과자를 쥐여주는 것을 슬퍼한다. 돌려서 말할 것도 없이, 인류의 소득은 높아졌으나 우리의 식생활은 점점 더 '형편없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가난한 나라일수록 좋은 것보다는 '값싸고 배부른 것'을 찾는 단계에 머물러 있기 쉬우니, 안타까울 뿐이다.
일 년의 시간이 통째로 오르는 엄마의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