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기자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행 초기 폭발적 확산을 저지해서 확보된 시간과 사회적 여력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초기 방역의 불가피한 과잉 조치로 인한 '사회경제 혼란', '인권과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의 부작용과 비효율을 반복하면 그것도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도대체 몇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와야 사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신규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할 때는 아마도 하루에 100명 수준으로만 내릴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런 수준이 달성된 지금은 여전히 불안하니 다시 10분의 1 수준인 한자리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심정이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그런 수준이 달성되지 않으면 영원히 사회 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 신규 확진자 10명은 괜찮고 100명은 안 되는 근거는 무엇인가? 어설픈 예측 모델링 결과인가 아니면 그것도 없는 주먹구구식인가?
방역의 목표를 오직 지금 문제가 된 숫자를 줄이는 것이라는 협소한 시각에 빠지면 이런 혼란을 일으키고, 그런 방식을 고집하면 답이 없다. 감염병 숫자가 절대 기준이라면 지금 매년 20여만 명이 발생하는 다른 감염병은 왜 방치하는가?
감염병 방역의 진정한 의미와 목표는 신규 환자를 어느 숫자 이하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로 인한 혼란이 없는 수준 아래로 통제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전 세계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인 사태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좁은 의미의 감염병 방역의 책임은 전문가에게 맡겨도, 국가 정책 결정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방역이고 그 책임은 정부 최고위층이 지는 것이다.
언제까지 초중고 개학을 미룰 것인가
전쟁 중에도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은 쉬지 않는 것인데, 언제까지 초중고 개학을 미루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학교 교육만 교육이 아니라는 논리에다가 9월 개학제를 들고나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설사 그것이 더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지금 그런 방식으로 논점을 흐리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정세균 총리가 4월 초 개학을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앞으로 2주간 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충은 이해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은 오히려 개학을 한 이후에 급격한 감염 확산이 일어나지 않게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리적이지 않다. 정부가 개학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에 과도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아마도 개학 후에 전국에서 단 한 명의 어린이가 학교에서 감염돼도 일부 언론은 모든 어린이를 감염시켜 나라를 망하게 한 듯 '불 보듯 뻔한 감염 사태를 무시했다', '이 모든 것이 무책임하게 무리한 개학을 강행한 정부 때문'이라고 몰아세울 것이 뻔하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을 수 없듯, 이런 구더기 언론이 무서워 미래세대의 교육을 중단할 수는 없다.
매년 결핵 환자가 수만 명 발생하고 3000여 명이 사망해도, 교통사고로 수천 명이 사망해도, 의료 시스템이나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로 인한 혼란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허용하고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의 성격을 왜곡하는 언론의 논리로는 지금 코로나19는 사소한 수준일 정도로 결핵과 자동차가 문제이니, 당장 모든 장소에서의 모임을 금지시키고 모든 자동차 운행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과도한 방역 업무로 시달리는 질병관리본부를 위로 방문한 것도 사망자와 연결하는 악랄한 언론들과 그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정치적 집단들 때문에 사회와 국가의 정상화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선거를 눈앞에 두고 너나 할 것 없이 그에 미칠 영향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니 정부 정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악의적 비난에 굴복해서 하염없이 사회의 정상화를 뒤로 미루고 그로 인해 사회와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 그것이 바로 그 악랄한 언론들과 정치세력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언론과 현명한 국민들을 믿고 해야 할 일은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까지 극심한 허위 비방 날조를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전 세계가 호평하는 방역 결과가 만들어짐으로써 모든 진실이 밝혀진 것처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다른 모든 나라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육까지 마비됐지만, 우리는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교육을 진행한 유일한 국가가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발병률이 높아지고 학생들의 감염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면 그때 가서 다시 임시 휴교 조치를 하면 된다. 구더기 언론이나 정치인이면 몰라도 정상적 사고를 하는 시민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흉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개학 결정의 부담 함께 나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