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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는 매일이 고객과의 언쟁이다.
"고객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건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니까요?"
오늘 하루 종일 목 터져라 ㅁㅁ전자를 비호했으나 ㅁㅁ전자에 대한 조금의 권한도 없으니 정해진 프로세스 외에는 어떠한 내용도 유연하게 상황에 맞게 먼저 말할 수가 없다. 고객 응대는 생각보다 예외적인 상황이 너무나 많고 민원은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에서 많이 발생한다. 상담사에게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이 안되는 순간 고객들이 자주 찾는 사람이 있다. 바로 '권한 있는 사람' 이다. 파견업체 소속 상담사에게 원청에 대한 민원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고객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도 우리 상담사들도 "권한 있는 사람 나와"라고 말하고 싶다. 상담사가 직접 고용 되어 일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달라진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도 대응하는 것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고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최소한의 인원으로 밀리는 콜들을 해치우느라 고객 말을 경청하거나 적절하게 응대할 겨를이 없다. 초마다 내려오는 관리자의 지침에 맞춰 경쟁하지 않을 수 있다면,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다면, 직접 고용되어 상담사에게 일정한 권한과 그에 맞는 처우가 부여된다면 형식적인 멘트로 때우는 식의 처리가 아닌 고객의 합당한 필요를 해결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시에 상담사만 3만 명이라는데, 이 직업에 대해서 보람을 갖고 내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고용에 대한 필요와 정당성이 구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서울시와 원청은 하루빨리 상담사에 대한 직접고용을 실시해야 한다. 콜센터 직종뿐만 아니라 한국 어디에도 위험에 노출되어 마땅한 직종은 없다. 사회에서 인정받을만한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학벌이 낮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파견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서는 안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이후에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회원이 되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 더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삶이 되어 다시금 고 김용균 노동자를 떠올린다.
그의 사망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던 시간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있었지만 1년 후에는 10년 후에는 어떤 재난이 우리 삶을 뒤흔들까? 예견된 재난이 다시금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파견업체 콜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생각하며 피곤한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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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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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사들도 "책임자 나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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