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성 호로고루 호로고루는 고구려가 임진강 유역에 쌓은 천혜의 자연요새이다. 강과 20m 높이의 주상절리와 절벽을 방어벽으로 활용하였다. 고구려는 호로고루에서 당나라와 최후의 결전을 벌인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변영숙
경기도 연천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곳곳에 철조망과 방호벽이 보이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지뢰' 표지판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어디서 총을 든 군인들에게 막혀 길을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일부 지역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다. 비극적인 현대사가 만들어낸 오늘날 연천의 모습이다.
비극적인 현대사의 한 장면을 걷어내야 비로소 연천의 모습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고대산, 보개산, 화인봉, 향로봉, 종자산이 남쪽으로는 감악산, 마차산, 종현산 등 부드러운 연봉들에 둘러싸인 연천 지역은 함경남도 두류산에서 발원한 임진강과 평강군 장암산에서 발원한 한탄강이 유유히 흐르는 산좋고 물좋은 풍요로움이 넘치는 땅이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량, 적절한 일조량 덕에 쌀농사와 인삼농사 등 안 되는 농사가 없는 연천평야는 철원과 함께 중부지방의 최대 곡창지대였으며 서해로 흘러가는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포구들 덕에 6.25 이전 한강 이북의 최대 교역의 중심지였다.
연천 전곡 지역은 한반도 최초의 구석기시대 거주지와 선사시대의 유적지가 다량 발굴되고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주상절리 등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등 한반도 지질 형성과 한반도 최초 인류의 비밀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연천은 우리나라 고대국가들이 명멸해갔던 숨막히는 역사의 격전지이자 중세 고려 500년 역사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와 인접한 곳으로 다양한 층위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역사와 고고학의 현장이기도 하다.
오랜시간 DMZ과 인접해 있던 탓에 모든 개발 가능성에서 밀려나 있던 연천 지역을 이제부터라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삼국의 마지막 격전지 임진강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