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성벽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기득권층이 저 문을 지나 대피할 때 어떤 이들은 성벽 안에 갇혀야 했다.
박기철
남겨진 이들의 이중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만 죽음의 공포 속에서 도시를 지켜야 했고, 당연하게도 가장 많이 희생되었다. 여기에 혐오와 배제라는 고통 또한 함께 겪어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빈민들의 거주지는 정비가 부족하고 위생 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리고 당시 흑사병의 원인은 오염된 공기라는 가설이 힘을 얻었다. 그래서 빈민들은 병을 옮기는 집단이 되었고 거주지 전체가 봉쇄되었다. 주민들은 의사를 만나러 갈 수도 없고 의사가 들어올 수도 없었다. 방치된 그들은 어떠한 도움도 없이 죽어가야 했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의 시체들을 한 군데 모아 구덩이를 파고 재빨리 묻어 버렸다.
기득권은 이런 소수자 혐오와 빈민 배제에 대한 군중심리를 교묘하게 부추겼다. 대중들의 공포와 분노에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혐오하게 된다.
많은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의심하였고, 프랑스인이 영국인을 비난하였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부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만을 보살피자 가난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의심받았다. - 김병용, 2006. <중세 말엽 유럽의 흑사병과 사회적 변화>, 대구사학 제88권
혐오보다는 연대를, 배제보다는 배려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세력과 집단은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리고 그 대상과 방법은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연대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가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혐오하길 바란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 대다수의 우리는 혐오보다는 연대를, 배제보다는 배려를 선택하고 있다.
연대하는 '우리'는 바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혐오가 자랑스러우신지.(관련기사 : 영국에서 본, 자랑스러운 연대와 부끄러운 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