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경제학자.
유성호
"세계의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다못해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도 그랬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추려내기 어려우니 급한 대로 미국 국민 전원에게 1000달러씩 주라고 한다. 더구나 지금은 국가채무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기재부와 청와대, 미래통합당만 반대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반대 대연정'이다."
독립연구가로 활동 중인 경제학자 정태인의 지적이다. 정 연구가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고 있는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 과감한 정책 마련에 소극적인 청와대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가 피해계층 지원 방법으로 안정적인 전달체계가 작동하는 곳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상 경제시국에서 나온 전례가 있는 정책일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 경제시국에 맞는 전례 없는 정책을 고민하라고 했는데 안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있는 정책만 고려하다 보니 결국 기존의 경제 활성화 대책을 재탕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기재부가 반대하더라도 이런 비상 상황에서까지 재난극복을 위한 일회성 기본소득을 줄 논리를 만들지 못하는 건 게으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높아져... 피해 심각한 계층에는 현금 지원도 해야"
정 연구가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지난 2018년 정의당에 입당한 그는 현재 정의당 총선공약개발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 청와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른바 진보적 경제학자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도 참여정부 청와대와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우리는 개혁 정책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기재부를 넘어설까를 고민했지만, 내가 직접 들은 이 정부 초기 청와대 분위기는 '사고치지 말자'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연구가는 유럽과 미국의 본격적인 감염 확산으로 우리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단기적으로는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을 빨리 집행하고 피해가 심각한 계층에게는 현금 지원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실제로 정책 수혜 대상을 확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참여정부 때 근로소득장려금(EITC)의 대상을 확정하는 데 1년 걸렸다"라며 "때문에 지금은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발상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가는 장기적인 대응 방안으로 '그린뉴딜'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뉴딜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로 전환하는 기후환경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주도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물론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금은 최소 몇 년 지속될 경제위기에 대비한 정책을 만들 때"라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전환을 위한 정부 투자가 대폭 늘어야 한다는 점인데 생태전환 투자, 그린뉴딜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꼭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뉴딜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 공급 체제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며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투자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연구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경제정책, 방역체계 우수성의 반만이라도 따라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