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일수 10% 줄이면? 1학년 6교시, 6학년은 7교시 해야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 ②] 수업일수 줄여도 수업시수는 줄일 수 없다

등록 2020.03.16 12:18수정 2020.03.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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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지침이 현재의 교육을 못 따라와서 교육을 훼방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법과 지침은 잘 되어 있는데 교육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으로 교육과 관련된 법과 지침을 살펴보면서 교육을 열어주기 위한 법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기자말]
코로나19로 개학이 3주 연기된 상태다. 교육부는 방학기간을 줄여서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등학교 190일)를 채우면 된다고 했다. 개학을 추가로 2주 더 연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교육부는 개학을 더 연기하게 되면 '수업일수를 10% 범위 안에서 감축할 수 있다'고 했다.

 
휴업 및 휴교에 따른 수업 일수 확보 방안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 대응 매뉴얼'(교육부, 2016), 108쪽

휴업 및 휴교에 따른 수업 일수 확보 방안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 대응 매뉴얼'(교육부, 2016), 108쪽 ⓒ 이부영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업일수 감축방안  '전국 모든 유초중고 신학기 개학 연기 결정 및 ~'(교육부, 2017년 2월 23일자 보도자료)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업일수 감축방안 '전국 모든 유초중고 신학기 개학 연기 결정 및 ~'(교육부, 2017년 2월 23일자 보도자료) ⓒ 이부영

    
교육부가 고심해서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발표 내용은 매우 간단하고 쉽다. 2차 개학 연기 날짜가 3월 23일인 이유는 수업일수 감축 여부의 기준이 15일이기 때문이다(수업일수 감축 기준이 되는 일수가 15일인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개학을 3주 연기했을 때 법정 수업일수를 운영하기 위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3주 없애야 하는데 교육부 발표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충분히 쉬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또다시 개학을 연기하게 되면 '휴업(휴교)일이 15일을 초과한 경우',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해당해 '법정 수업일수의 10분의 1 범위 내에서 감축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중 하나가 수업시수 이수 문제다.

법에 나와 있는데도 자율학교에서 수업일수 줄일 수 없는 까닭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 의하면 천재지변이 아니더라도 법정 수업일수의 10분의 1을 줄일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바로 연구학교와 자율학교를 운영할 때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수업일수)
① 법 제24조제3항에 따른 학교의 수업일수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학교의 장이 정한다. 다만, 학교의 장은 천재지변,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제105조에 따른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으며, 이 경우 다음 학년도 개시 30일 전까지 관할청에 보고하여야 한다.
1. 초등학교ㆍ중학교ㆍ고등학교ㆍ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유치부는 제외한다): 매 학년 190일 이상



혁신학교가 자율학교이기 때문에 혁신학교에 재직할 때 학교교육과정에 이 조항을 적용해 보려고 했다. 법정 수업일수의 10%가 아니더라도 자율학교에 주어진 상징적 의미로서 하루나 이틀만이라도 수업일수를 감축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계산해 봐도 가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가수준교육과정에 제시된 최소 수업 시수를 이수하려면 190일도 매우 빠듯하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어서 오히려 수업일수를 늘려 잡을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 학교현장에서는 기준 수업일수 190일보다 많게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에서 연구학교와 자율학교 운영으로 수업일수를 190일보다 적게 감축하고 있는 곳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국가수준교육과정에 제시된 반드시 편성해야할 최소 수업시수 때문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 1항 내용 중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제105조에 따른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으며' 라고 한 내용은 법령에만 제시되어 있을 뿐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사문항이다.

수업일수 10% 줄이면 어떤 상황이 올까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개학을 다시 연기하면 수업일수를 10%이내에서 줄여야 한다. 그러나 학교현장은 수업일수만 10%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과(군)별 기준 수업 시수'가 있기 때문이다.

수업일수를 10% 줄여도 '교과(군)별 기준수업시수는 최소 수업 시수 이상으로 편성·운영하게 되어있다. 수업일수가 줄어들게 되면 학교현장에서는 190일도 빠듯한 최소 수업시수를, 줄어든 수업일수동안 이수하기 위해서 일일 수업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190일에서 10%인 19일을 감축하면 수업일수는 171일. 초등학교만을 따져봤을 때 국가수준교육과정에 제시된 연간 최소 수업시수를 줄어든 수업일수 171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수업일수 10%줄였을 때 하루 평균 수업시간 수업일수는 줄여도 수업시수는 줄일 수 없어서, 수업일수를 감축하면 하루 수업시간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업일수 10%줄였을 때 하루 평균 수업시간 수업일수는 줄여도 수업시수는 줄일 수 없어서, 수업일수를 감축하면 하루 수업시간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이부영

  
이것은 단순하게 연간 기준 수업시수만을 운영한다고 가정하고 연간 기준 수업시수를 전체 수업일수로 나눈 것으로 이 숫자는 하루에 아이들이 해야 할 평균 수업시간을 의미한다.

단순 계산 결과만 보더라도 1, 2학년도 6교시까지 해야 하는 날이 있고, 3, 4학년은 일주일 내내 6교시를, 5, 6학년은 일주일에 7교시를 두세 번 해야 최소 수업 시수를 편성·운영할 수 있게 된다.

거기다가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입학식과 시업식, 방학식과 개학식, 종업식과 졸업식날의 수업시간(보통 4교시)과 학기말에 하는 교육과정 조정기간(단축수업), 1학년 입학초기 적응기간(2~4교시)를 반영하면 하루에 운영해야하는 수업시간은 이보다 더 늘어난다. 그야말로 학생들과 교사들은 줄어든 수업일수에 기준 수업시수를 이수하느라 지칠 게 뻔하다.

이런 상황을 교육부는 알고 있을까? 3차 개학 연기가 임박한 지금까지 교육부가 수업일수 10% 줄이는 방법 외에 수업시수 문제를 말하지 않아서 하는 얘기다.

190일 수업일수에도 이수하기 벅찬 2015개정 교육과정의 '최소 수업 시수'

다음 표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나오는 초등학교 '시간 배당 기준'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시간 배당 기준' 학년군별 총 수업시간 수는 최소 수업 시수를 나타낸 것으로 수업일수를 감축해도 수업시수는 감축할 수 없고 반드시 편성 운영해야한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시간 배당 기준' 학년군별 총 수업시간 수는 최소 수업 시수를 나타낸 것으로 수업일수를 감축해도 수업시수는 감축할 수 없고 반드시 편성 운영해야한다. ⓒ 이부영

  

표 아래 설명한 것처럼 학년군별 총 수업 시간 수는 최소 수업 시수를 나타낸 것이다. 교과(군)별로 20% 범위에서 증감할 수는 있지만, 연간 학년군별 총 수업 시간 수를 줄일 수는 없다.

이 수업시수는 2015개정 교육과정 개정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관련기사: 2015 개정교육과정 '겉은 주5일, 속은 주6일?' ).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지 않은 시기에 적용된 2007개정 교육과정((2007.2.28.개정)때도 3~6학년 연간 총 수업 시간 수를 '주5일 수업에 따라', 이전 제7차 개정교육과정(1997.12.30.개정) 때보다 '34시간 감축된 수업 시수'를 제시했다.

그런데,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2012.3.1)된 때에 발표된 2015 개정교육과정(2015.9.23.개정)에서는 '주5일 수업'이라는 말이 전혀 없고, 최소 수업시수를 감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주6일 수업 때인 제7차 교육과정 때 최소 수업 시수로 돌아갔다. 오히려 1, 2학년 연간 시수는 64시간('안전한 생활')이 늘었다.

수업일수만큼 수업시수도 줄일 수 있어야

연간 수업일수 220일이던 주6일 수업 때 운영한 시수를, 연간 수업일수가 190일로 30일 줄어든 주5일 수업 때도 그대로 운영해 생기는 기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다.

현재 재난 발생 때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는 법조항은 있다. 교육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있기는 하다. 수업일수를 줄이면 당연히 그에 따라 수업시수도 줄여야 하는데 현행 법 그 어디에도 수업시수를 줄일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먼저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5조에 수업일수 뿐만 아니라, 수업시수도 줄일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수준교육과정에도 재난 발생 시 수업시수를 줄여서 편성·운영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

다시 개학을 연기해서 수업일수를 줄인다면 학교현장의 어려움이 불보듯 훤하다. 최근 교육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선출 방법 개정안에 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급히 입법예고 한 것처럼, '입법예고 기간 단축(40일 이상 → 6일)(법제처 협조)'을 해서라도 하루빨리 수업시수 감축 조항을 넣어 개정해서 이번 학년도부터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번 교육과정 개정 때는 반드시 잊지 말고 2015개정교육과정 때 하지 못한 주5일 수업에 걸맞은 연간 수업시수를 조정해야 한다.
#수업시수감축 #수업일수감축 #코로나19 #감염병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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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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