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늦춰진 가운데 16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동중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학교를 찾은 이 학교 재학생이 출입이 금지된 학교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좁은 아파트에서 4인 가구가 옹기종기 붙어 지낸 지 거의 한 달째다. 성인인 나와 아내는 격리 생활을 하고 있고 7살, 6살 연년생 자매는 '반 감금' 상태다. 오늘도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온종일 집에만 있어서 하루치 에너지를 다 소모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보통 아침 9시가 넘어서 일어나는 날들의 연속이다.
최근에는 새로 배송된 미술놀이교구에 집중하느라 자정이 넘어 자더니 다음 날 오전 10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들이 3월 23일 개학한다고 하지만(17일 현재 4월 6일로 연기) 대구 사람들은 이미 마음 속에서 그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코로나19는 대구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의 몸에 바이러스의 형태로 침투했다. 그리고 재난의 한 가운데에 놓인 대구 시민의 마음에는 불안감과 공포가 짙게 자리 잡았다.
아파트 주차장은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로 낮에도 주차할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방역 당국의 강제 조치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격리하며 만나는 사람을 경계한다.
대구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지인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괜찮냐"라고...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괜찮은 건 아니다.
한 번은 시원한 게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급하게 아이스크림을 사러 집 앞 슈퍼마켓에 다녀왔다. 깜빡 잊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갔더니 사람들이 날 슬금슬금 피했다.
코로나19가 원망스러운 이유는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람들에게서 '미소'를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마스크로 사람들 얼굴을 가려 웃는 모습을 볼 수 없게 했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악화시켜 작은 미소조차 지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만들었다(당분간 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알려주는 증권사 문자메시지도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스팸 처리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아내 스마트폰의 단톡방(메신저 단체대화방)은 늘 분주하다. 실시간으로 각종 메시지가 쏟아진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어디를 다녀갔다더라, 오늘은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라 다행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놀이를 할 것인가, 어떤 약국에 가면 마스크를 줄 안 서고 살 수 있나 등의 정보들이 오간다. 쉼 없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던 아내가 갑자기 소리쳤다.
"여보! 빨리 건너편 약국으로 출동! 마스크 입고 완료! 신분증 가지고 가는 거 잊지 말고!"
"서랍에 몇 장 있던데? 새벽에 통장님이 놓고 가신 것도 있어."
"청도에 계시는 아버님, 어머님 드려야 한다 말이야. 빨리 다녀와."